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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
감독 맥지 (2009 / 독일, 영국, 미국)
출연 크리스찬 베일, 안톤 옐친, 샘 워싱턴, 문 블러드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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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잖아도 영화 같은 거 별로 보러다니고 싶은 기분도 아닌 데다가 이번 4편이 심지어 3편 보다도 못하다는 평을 얼핏 접하는 바람에 상당한 의욕부진에 시달려야 했지만 그래도 영화가 팥죽을 쑤었건 호박죽을 쑤었건 나는 크리스찬 베일 사마께서 나오는 영화니까 무조건 봐드려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결국 관람을 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터미네이터 : 미래전쟁의 시작>은 처음 크리스찬 베일이 존 코너 역으로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졌던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부활'이라는 기대치에 충분히 값하는 작품이다. 배트맨 시리즈를 완전히 리뉴얼한 <다크 나이트>(2008)의 기념비적인 업적에 필적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작들의 명성에 똥칠을 하고 마는 졸작으로 돌아온 것도 아니라는 얘기다. 각자의 기대 수준에 따라 감상이 다르겠지만 내게는 충분히 재미있었고 볼 거리도 많았으며 인간성에 관한 질문과 모범 답안을 역설하는 부분도 나쁘지 않았다. 전작들의 팬들을 위한 터미네이터 클리쉐들을 곳곳에 배치하면서(그 정점은 CG를 통해 다시 젊은 모습으로 부활한 T-800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의 홀딱쑈가 아닐까. 그리고 중간에 건즈 앤 로지즈의 음악 삽입도 환영할만 했다.) 기계와 인간 종족의 전면전을 매우 '크고 빠르게' 표현해냈다. 취향 차이겠지만 최근에 봤던 <스타트렉 : 더 비기닝>(2009) 보다 더 좋았으면 좋았지 결코 부족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터미네이터 시리즈 자체의 한계는 분명 존재한다. B 무비 스타일로 만들어졌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1984년작은 메시아 사상을 중심으로 SF 액션과 호러 영화의 취향이 절묘하게 조합된 지극히 대중적인 작품이었다. 여기에 인류의 미래에 대한 묵시록이 추가되고 기계를 통해 인간성에 대해 성찰하게 하는 깊이가 더해진 것이 두번째 작품인 <터미네이터 2 : 심판의 날>이었다. 액션의 스케일과 CG 기술의 수준도 당시로서는 눈과 귀가 휘둥그레질 만큼 일취월장이었던 건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그리고 이번 <터미네이터 : 미래전쟁의 시작>은 역사상 최고 SF 액션물의 반열에 당당히 올라가 있는 2편에 다시 근접하고자 했던 노력의 일환이었고 그 성과는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보여진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다 잡아낸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만일 그중 하나만을 택해야 한다면 터미네이터 시리즈로서는 대중성이 우선이다. 모든 영화가 죄다 <다크 나이트> 같을 수는 없지 않은가. <터미네이터 : 미래전쟁의 시작> 정도면 성공적인 후속편으로서 크게 부족하다고 할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또 다른 한계는 고양이 앞에 생쥐와 같은 터미네이터와 인간의 관계다. 초월적인 능력으로 슈퍼 히어로가 터미네이터들을 신나게 무찔러주는 영화가 아니라 인간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감당해낼 수 없는 터미네이터에 의해 매순간 생명의 위협을 당하고 당장 죽임을 당할 수도 있겠다는 서스펜스의 영화가 바로 터미네이터 시리즈인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중무장을 한 존 코너라 할지라도 <매트릭스>의 네오나 다른 수퍼 히어로들처럼 통쾌함을 전달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거다. 터미네이터의 호러 영화적인 특성은 존 코너를 수호하는 다른 기계 인간이 등장하더라도 변함이 없다. <터미네이터 : 미래전쟁의 시작>에 등장하는 사이보그 마커스(샘 워링턴)도 초월적인 해결사인 것은 아니다. 심지어 마커스의 존재는 존 코너를 중심으로 진행되어야 할 내러티브를 약간 산만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정도로 너무 많이 부각되어 있는 편이다. 그러나 이것이 꼭 <터미네이터 : 미래전쟁의 시작>의 결점이라고 지적하고 싶지는 않다. 마커스의 존재는 새로운 후속편의 주제 의식을 부각시키기 위해 투입된 가장 중요한 장치이기도 하니까. 충분히 감동적으로 보였을런지는 모르겠지만 그 존재 자체가 잘못 설정된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오히려 납득이 잘 안되는 것은 블레어(문 블러드굿)의 확고한 믿음과 그에 따른 배신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그 속내가 작품 속에서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고 한들 뭐 어떠한가? 그 남자가 좋다지 않은가 말이다. 그러고 보면 <터미네이터 : 미래전쟁의 시작>도 은근히 막장 드라마다. 나는 케이트 코너 역에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가 캐스팅된 것도 불만이다. 솔직히 나이 차가 너무 난다. 이 정도씩이나 해주는 작품인데 조금 더 써서 나오미 왓츠 정도가 케이트 코너로 나와주었다면 정말 보기 좋았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모든 막장 드라마들이 그렇듯이, 이대로 즐길 수 있는 자는 즐길 지어다. 맥지(McG) 감독이라고 하면 아직은 <미녀삼총사>(2000, 2003)의 엉덩이춤 생각부터 날테지만 이제 그 시절의 딱지표는 떼어주어도 무방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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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어지 Trackback 5 : Commen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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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5/29 02:45 tracked from DAYDREAM NATION

    <터미네이터 3>는 <터미네이터> 시리즈 중 가장 큰 실망을 안겨준 작품이었음에는 틀림이 없지만, 적어도 제임스 카메론 없이는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다시 부활시켰다는 점만큼은 나름대로 평가해야 할 영화였다. ‘심판의 날’이 단지 연기됐을 뿐이라는 설정, 그리고 끝내 핵폭발이 일어나고 만다는 엔딩을 통해 <터미네이터 3>는 앞으로의 시리즈가 계속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은 그에 힘입어 등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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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명적인 스포일러는 없습니다만 영화의 내용이 언급되어 있으므로 참고 바랍니다. 제임스 카메론은 알았을까? 무명시절, 로마의 한 싸구려 호텔에서 악독 제작자 몰래 [피라냐 2]의 야간편집을 강행하다 독감에 걸려 시름시름 앓던중 꾸게된 악몽의 내용이 장장 30년 가까이 시간이 흐르는 동안 긴 생명력을 이어가는 영화로 발전하게 될 줄을. 영화 [터미네이터]는 2,3편 그리고 [사라 코너 연대기](리뷰 바로가기)라는 TV 시리즈 물 등 발전을 거듭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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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르 ] SF, 스릴러, 액션 [ 상영시간 ] 115분 [ 개봉 ] 2009/05/21 [ 감독 ] 맥지 [ 출연 ] 크리스찬베일, 샘워싱턴, 안톤옐친, 문 블러드굿 [ 나의 평점 ] (5개만점) 모든 영화가 그렇겠지만, 큰 영상에 서라운드의 최고 음향으로 만끽하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거기에 특히 더한다면 화려한 CG가 기대되는 SF물은 더욱 그렇다. 하나만 더한다면 터미네이터와 같은 대작시리즈. 아직도 터미네이터 1편을 보았을 때의 기억이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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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배트맨 2009/06/11 15:59

    신어지님께서는 좋게 보고 오셨군요. 저는 상영관을 나서면서 얼마나 허망하던지요. 제 느낌은 그냥 딱 맥지 감독의 그릇만큼만 뽑아져 나온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_-a

    클리세를 활용하는 것도 별 감흥이 없었고요. 써야 할 곳에, 뭉클한 마음이 들도록 연출을 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크네요.. 저는 이제 <터미네이터>는 기대 접을까 합니다.

    오랜만에 마실 왔는데, 제가 괜한 댓글만 적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T.T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9/06/13 15:20

      제 경우 터미네이터 시리즈에 그다지 큰 기대를 갖지 않았던 편이어서 그랬는지 나름 재미있게 봤어요. 돈만 많이 들이고 엉성하기만한 영화면 어쩌나 했던 우려는 기우였더군요. '뭉클한 마음' 이건 이번 작품에선 좀 무리가 있었던 게 맞습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