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 리스트: 죽기전에 꼭 하고싶은 것들
감독 롭 라이너 (2007 / 미국)
출연 잭 니콜슨, 모건 프리먼, 션 헤이즈, 롭 모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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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성장기를 줄곧 사로 잡았던 질문들에 대한 답이 군더더기 없이 잘 정돈되어 있는 작품. 하지만 10대나 20대의 나이에 이 작품을 보았다고 해서 바로 '저게 정답이네' 할 수 있지는 않았을 것 같다. 요행히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이나 현재의 가치관 등과 영화의 내용이 어느 정도 잘 부합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수긍할 수 있는 것 뿐일테지. 그럼에도 <버킷 리스트>는 비교적 명확하고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는 편이다. <굿바이 뉴욕 굿모닝 내 사랑>(1991)에서 잴 팰런스가 손가락 하나만 펴들고 선문답했던 것에 비하면 이 정도면 인생 참고서 노릇을 톡톡히 해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개봉 당시에는 너무 빤해 보이는 설정 때문에 극장 관람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작품인데 간만에 맞은 한가로운 시간에 DVD로 기분 좋은 관람을 했다.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 두 분 모두 오래오래 장수하시길.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리딧을 보고야 새삼 알게 된 건 다름아닌 로브 라이너 감독 작품이었다는 거. 요즘은 특별히 대단한 화제작을 내놓고 계시는 건 아니지만 그 솜씨가 어디로 사라진 건 결코 아니셨다는. 늦게나마 영화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불현듯 아프리카도 한번은 가봐야 하는 거 아니겠냐는 생각을. ^^




안타깝게도 잭 니콜슨은 <버킷 리스트> 이후 작품 활동이 더이상 없으시군요. 두 양반이 모두 37년생이신데 모건 프리먼은 최근 <다크 나이트>(2008)에서도 건재함을 과시했고 현재 2010년에도 출연 예정작이 하나 있다는 것 같은데.

에드워드 콜(잭 니콜슨)이 좋아하던 최고급 원두, 코피 루왁이라는 이름은 가만 생각해보니 <카모메 식당>(2006)에서 커피의 맛을 더 좋게 해주는 데에 사용되었던 그 주문이다. 결국 내가 지금 만들고 있는 이 커피가 코피 루왁 만큼이나 진귀하고 값 비싼 최고의 커피인 것처럼 정성을 다해 만들라는 의미가 되는 듯. 에드워드와 카터(모건 프리먼)은 죽어서 인스턴트 커피캔에 유골이 담겨 히말라야 정상에 나란히 납골이 되는데 생각해볼 수록 여러가지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아주 인상적인 엔딩이다.

<버킷 리스트>를 종교 영화라고 할 수 있다면 그 종교는 '인스턴트 커피캔교'라고 부르면 어떨까 싶다. 세상의 모든 지식을 가진 노인과 어마어마한 부를 가진 노인이 죽음을 앞두고 삶의 의미를 찾아 떠난다는 아름다운 우화. 또는 지혜의 신과 재물의 신이 등장하는 현대판 신화. 두 사람이 결국 머물게 된 곳은 주먹만한 크기의 낡은 커피캔 속이다. 지혜를 가진 노인이 그것을 원했고 다른 노인은 기꺼이 그 곁에 머물고자 했다는 이야기. 리스트의 내용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무엇을 얻고 갔느냐가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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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어지 Trackback 25 : Comment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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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tmrw 2009.05.13 23:22 신고

    어랏. 이거 보셨네요.
    아프리카는 아니지만... 예멘 여행가셨던 나이드신 분들이 갑자기 생각나네요.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9.05.14 20:24 신고

      제가 아는 지인도 유럽 여행을 가서는 중동 쪽으로 빠져 예맨과 그 인근에서 굉장히 좋았다는 얘기를 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제 나이 먹어서 그런 곳에 여행 가려면 돈도 많고 뭐 그래야 할 듯. ㅠ.ㅠ

  2.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진사야 2009.05.14 02:30 신고

    클린트옹의 <휴먼 팩터> 말씀이시죠? :-) 넬슨 만델라 역을 맡으셨다는.. 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잘 어울리실지 ㅎㅎㅎ 잭 니콜슨 옹도 좀 더 작품을 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대배우의 필모그라피를 계속 볼 수 있는 건 축복이니까요.
    아, 이 글 보니 저도 영화 다시 보고 싶어지네요 ㅎㅎ 스크린으로는 봤는데 아직 dvd로는 못 봤어요. 잘 읽었습니다 ^^ 엮인글 걸어놓습니다.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9.05.14 20:29 신고

      <휴먼 팩터>는 올해 개봉하려고 지금 한창 후반 작업 중이라고 하네요. 넬슨 만델라 역에 모건 프리먼만한 배우는 달리 생각할 수가 없을 정도죠. 모건 프리먼의 2010년 차기작은 <The Last Full Measure>라는 작품인데 캐스팅이 아직 확실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스크린으로 봤으면 멋진 풍광이 더 보기 좋았겠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더군요. 저도 트랙백 보내드리겠습니다. ^^

  3.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텍사스양 2009.05.14 13:18 신고

    보면서 당장 뛰쳐 나가고 싶게 만든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현재 사무실에서 현실과 타협 중이죠..

    우리 모두 기간의 차이가 있을 뿐, 시한부 인생은 마찬가지인데..
    멋진 인생들 삽시다~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9.05.14 20:33 신고

      내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들로 버킷 리스트를 만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진리는 언제나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발견되기 때문에. 삶의 기쁨이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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