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들의 도시
감독 마틴 맥도나 (2008 / 벨기에, 영국)
출연 콜린 패럴, 브렌든 글리슨, 랄프 파인즈, 클레멘스 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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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위기가 너무 훈훈하게 흘러갈 때에는 아니 이게 왠 길바닥 버전의 <빌리 엘리어트>(2000)란 말인가 싶기도 했지만 역시나, 영화는 좀 더 셰익스피어적인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세 남자의 운명이 엇갈리게 되는 그 도시, 브뤼즈(Bruges)는 결국 죄 많은 자들과 죄로 인해 고통받는 자들을 위한 연옥이었던 것. 죄와 벌, 원칙과 오만, 희생과 구원의 이야기가 중세 풍의 자그마한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개인적으로 크쥐시토프 키에슬롭스키의 사후에 만들어진 <헤븐>(2002)과 <랑페르>(L'Enfer, 2005)에 이어 이 작품으로 천국/지옥/연옥의 3부작이 드디어 완성된 것으로 간주하고 싶은 생각도 든다.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 올랐다더니 정말 군더더기 없이 잘 짜여진 이야기다. 감동의 백마고지를 정복하지는 못하지만 내러티브의 영특함에 관해서는 인정을 해줄만 하다. 차라리 <덤 앤 더머>식의 노골적인 코미디였어도 좋았을 것 같은데 이건 제가 관객으로서 너무 이기적인 욕심을 부리는 건가요? 만약 그랬더라면 그 죽을 죄로 인한 심리적인 무게감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을 수가 있었겠다.

그리하여 우중충하고 서글프기만 하던 분위기가 딱 중간 지점에 이르러 랄프 파인즈가 등장하면서 완전 얼차려 모드로 돌입. 원래 더블린 출신인 콜린 패럴의 아이리쉬 발음은 거의 알아들을 수가 없는 또 다른 종류의 영어더군요. 브렌단 글리슨은 <제너럴>(1998)에서 주연하셨던 거 외에는 대체로 비슷비슷한 조연만 하시는 것 같았는데 이번에 아주 근사한 연기를 선보이셨다. 소극장 연극으로도 어울릴 법한 소품이지만 그래서 더욱 매력적인 작품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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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어지 Trackback 4 : Comment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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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스테판 2009.03.10 10:49 신고

    영화를 보고 난 후에 있다가 국내판은 시퀀스 하나 잘린 걸 알았다죠; 시사회로 봤으니 돈은 안 들었지만....그저 짜증납니다;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9.03.10 12:27 신고

      태생부터 다수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춰지기가 어려웠던 <왓치맨>과 달리 <킬러들의 도시>는 작품 이미지와 거리가 먼 엉뚱한 우리말 제목 짓기와 헤드 카피 쓰기의 만행이 저질러진 사례라고 해야겠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혹시나 화끈한 액션물을 기대하고 관람한 관객들의 실망을 막을 길이 없게 되죠. 차라리 볼 사람들이 보고 돌아가서 좋은 입소문을 내게 해줘야 맞습니다.

      그나저나 5분 분량의 씨퀀스 하나를 통채로 들어내다니... 미국인 난쟁이와 마지막에 만났을 때 때려서 미안했다는 말이 무슨 뜻인가 의아했었네요. 그로 인해 작품 자체가 심하게 손상될 정도는 아니었지만 <킬러들의 도시>에 자행된 수입/배급/홍보사의 만행을 규탄하고 싶습니다.

  2.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진사야 2009.03.10 22:13 신고

    들어낸 시퀀스는 참 할 말이 없습니다. (미리 확인사살하고 가서 충격은 없었습니다만) 지금이 무슨 구닥다리 시대도 아니고, 한 영화의 시퀀스를 잘라먹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지 모르겠군요 =_= 아무튼 별점을 내리고 싶은 욕구을 급하강시키기 딱인 상황 같아요. 정말 재미있게 본 영화인데 별점을 내릴 수 없는 게 그저 안타깝군요.

    켄 역의 브렌단 글리슨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콜린 파렐 최고!를 외칠 때 전 혼자라도 이 아저씨를 지지하고 싶어졌어요. 푸근한 인상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후후 *_*

    잘 읽었습니다.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9.03.11 09:24 신고

      찾아보니 <트랜스포터 : 라스트 미션>(2008)과 같은 수입사더군요. 혹시 비슷한 분위기의 액션 영화라고 생각해서 수입 계약을 했고 그딴 식의 홍보를 했던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어쨌거나 관람 등급과도 상관없이 5분을 잘라먹은 건 정말 만행입니다 만행. 이쯤되면 몰상식도 유분수라긔.

      네 저도 브렌단 글리슨의 캐릭터와 연기가 참 좋았어요. 죄 많은 인생이지만 그쯤 되면 성인이시죠. 콜린 패럴은 젊지만 실수투성이에 쫌스럽고 불평만 많은 우리 모두의 10대, 20대 시절 캐럭터라서 정이 안가요. ㅎㅎ

  3.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인생의별 2009.03.12 04:27 신고

    저도 제목 때문에 전혀 기대를 안 했는데 의외의 수확이라는 기분으로 극장 밖을 나왔어요ㅋㅋ 하지만 삭제됐다는 소식에...-_-;;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9.03.12 15:08 신고

      관람 등급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 5분 분량의 삭제... 정말 미스테리네요. -,.-

  4. addr | edit/del | reply g. 2009.03.13 20:24 신고

    황당한(?) 홍보 덕에 놓칠뻔 했던 영화였습니다. 아마, 여기서 별점을 고려하지 않았다면 놓치고 안타까와 했을 겁니다.
    저 역시 블렌단 블리슨이 연기한 켄 역이 인상적일 수 밖에 없었고요, 사전 정보 없이 별점만 보고 간 터라 해리 역의 랄프 파인즈를 보고는 뜨악~ 했다죠. 그러나 콜린 파렐이 상 탔다는거에 비하면 뭐...
    가장 압권의 장면은 "a little boy.."로 시작하는, 해리의 '규칙은 지켜져야 한다'는 발언하에 자살하는 장면이었는데요. 이 대목이 정말 팍~ 와 닿았거든요. 또한 "a little boy" 한 마디가 영화 전반을 빛의 속도로 파팍~훑게 만들었구요. 켄이 해리의 명령대로 총을 구하러 나간 뒤 바로 카메라의 시선은 한 방울의 눈물을 조용히 흘리는 레이의 얼굴을 비추었잖아요. 그리고 곧 공원벤취의 레이가 권총을 들어 보였을 때, "켄, 난 당신이 올 줄 알았어!!" 인 줄 알았더니만....푸하하하하. 그러니깐 제가 레이를 너무 고수로 보았던거죠. 뭐니뭐니해도 사운드장지 잘 갖춰진 극장서 볼껄~ 하고 가장 아쉽게 만들었던 것은 해리가 레이를 쫓던 장면에 나왔던 음악이요. 와우~~ 그땐, 저도 모르게 '윌락유'의 뮤지컬에서 후반부에 등장하던 밴드처럼 영화관 어디선가 이 장면을 위해 라이브연주하고 있는거라면!!! 할 정도로 몰입했었거든요.
    아무튼, 기대 이상의 것을 즐겼던, 괜찮은 영화였습니다.
    (영화 보고 나니 이제야 그 가위질에 대하여 궁금해지네요.)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9.03.12 15:38 신고

      별점이 영화 감상에 작은 도움이 되었다니 저로서는 기쁠 따름이옵니다. 해리의 목소리만 들렸을 때에는 정말 생각을 못하고 있었는데 랄프 파인즈의 얼굴이 등장하자 정말 뜨악~ 하게 되죠. ㅋ 포스터에도 얼굴이 큼지막하게 나오는 데도 목소리가 너무 사악해서 그게 랄프 파인즈일 거라고는 예상을 못했던 것 같습니다.

      작품 속에서 레이는 실력이 아주 뛰어날 필요는 없고 단지 젊고 좀 싸가지가 없는 정도면 되는데 그런 점에서 콜린 패럴의 기존 이미지와 잘 맞지 않았던 면이 있었어요. 나름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긴 했지만 저도 보는 내내 다른 작품들에게 계속 봐왔던 콜린 패럴의 강한 이미지가 떠올라서 약간 방해를 받았습니다. 특히 <데어데블>에서 불스 아이로 출연했던 모습이 자꾸 떠오르더라는. ㅋ

  5.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GoldSoul 2009.03.14 11:38 신고

    아. 이 영화 5분 정도가 삭제된 거라구요? 전 이제서야 알았어요. ㅠ 댓글보구요.
    영화는 정말 좋았는데. 뭔가 배신감이 드는. -_-

  6.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chul2 2009.03.20 14:23 신고

    연극에 어울린다는 생각 못해봤는데, 정말 그렇군요.

    1 저도 삭제된 장면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적잖이 실망했어요. 흑 ㅜ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9.03.20 20:41 신고

      원래 희곡으로 씌여진 작품도 아니고 줄거리도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것이 연극 무대에 바로 올리기는 힘들긴 하겠지만 다른 무엇보다 주제 자체가 영화 보다는 연극 무대에 좀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성철님도 킬러들의 삭제된 5분을 돌려주세요 서명 운동에 참여하시는 걸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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