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독
감독 닉 카사베츠 (2006 / 미국)
출연 에밀 허쉬, 저스틴 팀버레이크, 벤 포스터, 안톤 옐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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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려고 했던 영화들이 전부 시간이 맞질 않아 그야말로 꿩 대신 닭처럼 마지못해 집어든 영화였는데 아니 이게 왠 복권 당첨이란 말입니까. 이 정도 작품이면 문화인류학 보고서의 경지에 올랐던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들, 그러니까 <좋은 친구들>(1990)이나 <카지노>(1995)와 같은 범죄 드라마들과도 어느 정도 비교가 될만한 것 아닐까요. 그러고 보면 이 영화도 <과속스캔들> 만큼이나 '제목과 홍보가 안티'인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단역일 것이 분명한 브루스 윌리스를 포스터에 내세운데다가 이 영화는 무려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출연작이거든요. 그것도 2006년에 만들어져서 해외에서는 이미 DVD까지 출시된 지각 개봉작이니, 이런 낚시질에 어디 한 두 번 당해봤어야 말이죠. 그나마 한번 기대를 걸어보게 만드는 것은 카사베츠라는 감독의 이름이었는데요, 고명하신 존 카사베츠 감독님의 아들이시거나 말거나 사실은 닉 카사베츠 감독의 연출작이라고는 아직까지 본 일이 없어서 이거 잘못하면 크게 실망만 하고 돌아올 가능성이 높은 편이었습니다. 그러나 영화 관객은 언제나 자신의 기대치가 잘 맞아 떨어지는 경우 보다 어찌 되었건 영화가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는 경우에 훨씬 더 큰 기쁨을 얻습니다. <알파 독>은 확실히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년 전에 개봉했던 <브릭>(2005)은 범죄 드라마라고는 해도 확실히 오락성에 충실한 작품이었습니다. 고등학생들이 펼치는 느와르라니, 심각한 척하고는 있지만 사실은 웃음을 유도하는 장면들도 많았고 그랬던 만큼 잔인한 장면들조차 그리 잔인하게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알파 독>은 <브릭> 만큼이나 나이 어린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사실적인 톤으로 그려지는 영화더군요. 네, <브릭>의 현실 버전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작품이 <알파 독>입니다. 에딘버러를 배경으로 했던 <트레인스포팅>(1996)과도 여러가지 면에서 비교가 될만 합니다만 <알파 독>은 역시나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경쾌한 낙관 보다는 씁쓸한 뒷맛과 함께 현실적인 교훈을 남겨주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이 영화가 실화라는 것을 전혀 모르고 봤습니다. 첫 장면부터 중간중간에 사건 발생 시점으로부터 몇 년 지난 시점의 인터뷰 장면들이 삽입되고, 특히 헤드카피로 소개된 그 '납치'가 시작되면서 증인들의 이름과 숫자가 자막으로 표시되고 있었습니다만 어디까지나 사건 파일 분위기를 내기 위한 장치라고만 생각했지 이 내용 자체가 정말 실화라는 생각은 못하고 봤습니다. 영화의 포스터를 한번 보세요. 충격 납치 실화! 라는 헤드카피가 있긴 하지만 '납치'라는 단어만 눈에 들어올 뿐 '실화'라는 말은 거의 기억에 남지를 않거든요. 포스터에 대문짝만하게 씌여있음에도 실화일거라는 생각을 못하다니. 실화가 아니었음에도 굉장히 실화처럼 느껴졌던 <8 마일>(2002)과는 정반대의 경우라고 하겠습니다.

영화가 실화냐 아니냐는 것은, 그리고 그 사실을 미리 알고 보느냐 모르고 보느냐 하는 것은 작품 감상에 있어서 의외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수가 있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아무래도 영화화를 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락적인 재미 이외에 이 영화가 만들어졌어야 하는 이유, 그와 아울러 내가 이 영화를 굳이 봐야만 하는 이유를 더 찾게 된다는 것이죠. 그리고 실화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보면 그렇지 않을 때에 비해서 좀 더 몰입된 상태에서 영화를 보게 됩니다. 진짜 있었던 일이라고 생각하니 더 열받거나 더 감동을 받거나 하는 것이죠. 저는 우연찮게 <작전명 발키리><체인질링>에 이어 <알파 독>까지,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개봉 영화들만 내리 3편을 보게 되었는데요. 기술적인 만듬새에 있어서는 <작전명 발키리>가 가장 우수했지만 실제 있었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게 된 이유에 대해 가장 흔쾌히 동의할 수 있었던 작품은 단연 <알파 독>이었습니다.




영화 초반을 휘어잡는 것은 단연 제이크(벤 포스터)의 광기 어린 캐릭터입니다. 처음엔 재혼해서 따로 살고 있는 생부에게서 푼 돈이나 꾸려고 하는 마약쟁이 정도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난폭하기로는 감히 따라올 자가 없는 진정한 꼴통이십니다. 약간 과장된 면이 없지는 않지만 그저 바라만 보아도 황홀해지는 이런 정도의 성격파 연기는 정말 오랜만이었던 것 같습니다. 벤 포스터의 연기는 흡사 잭 니콜슨의 젊은 시절 같기도 하고 <아메리칸 히스토리 X>(1998)에서의 에드워드 노튼을 연상케도 합니다.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경우 다른 작품에서는 모르겠습니다만 <알파 독>에서의 연기 만큼은 충분히 합격점을 주고도 남습니다.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연기를 보면서 가수로서의 이미지를 완전히 잊어버리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지만요. 영화의 후반부로 가면서 감정적인 흐름의 중심에 서게 되는 프랭키(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역할이 꽤 중요해지는데 다행히 이를 잘 소화해내고 있더군요.

영화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하는 것은 등장 인물들을 바라보는 카메라의 동정어린 시선입니다. <알파 독>의 주인공들은 대체로 아직 청소년이거나 갓 스무 살 정도의 나이인데, 이들을 거의 버려두다시피 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일관되게 묘사되면서 영화의 주제 의식을 분명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알파 독>을 보는 관객으로서의 성공 포인트는 이런 감독의 시선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영화의 결말이 어느 정도 암시되고 있을 때 즈음 잭(안톤 옐친)을 위한 파티가 벌어지고, 그 행복했던 순간들을 통해 드러나는 것은 결국 어린 시절의 추억 만들기와 돌이킬 수 없는 끔직한 비극 사이의 간극이 매우 얇았더라는 사실입니다. 거칠고 위험해보이기는 해도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실수만 저지르지 않는다면 결국 성장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냐는 것이죠. 문제는 그런 치명적인 실수를 제어해주지 못하는 환경이더라는 겁니다.




<알파 독>은 실화에서 끌어온 많은 젊은 등장 인물들이 이끌어가는 이야기이지만 그들의 부모 세대에게까지 과감히 시선을 확장시키고 있는 작품입니다. 현상과 문제점에 대한 나름의 진단까지 내리고 있는 것이죠. 특히 자니(에밀 허쉬)의 아버지 소니(브루스 윌리스)의 인터뷰로 영화의 시작과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연출자의 의도는 명약관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알파 독>은 사건의 비극성과 꽃다운 시절의 아름다움을 대비시킴으로써 정서적인 몰입도를 높이는데 성공하고 있는 각색과 연출도 훌륭했지만(<작전명 발키리>와 비교했을 때 좋았던 점) 작위적인 메시지 전달을 최대한 피하면서 실화를 통해 관객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주고 있다는 점(선전 선동 영화를 방불케했던 <체인질링> 보다 나았던 점)에서도 '이 정도면 정말 괜찮다'고 할 수 있는 선을 오랜만에 넘겨준 작품이 되었습니다.

2006년작인 <알파 독>은 젊은 배우들을 위한 훌륭한 레퍼런스 영화가 되었더군요. 물론 <알파 독> 출연 이전부터 이미 '알아본 떡잎들'이긴 했습니다만 그 이후의 출연작들이 다들 화려합니다. <알파 독> 이후 에밀 허쉬는 <스피드 레이서>,  안톤 옐친은 <찰리 바틀렛>, 그리고 아만다 세이프리드는 <맘마 미아!>에서 주연을 했지요. 그외 벤 포스터는 <3:10 투 유마>에서 인상적인 조연을 했고, 저스틴 팀버레이크도 <슈렉 3>의 더빙에 참여하는 등 배우로서의 커리어를 나름대로 계속 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뒤늦게 나마 국내 개봉이 되어서 무척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포털 사이트에서 <알파 독>에 터무니 없이 낮은 평점과 악플을 달고 계신 분들은 대체 어느 영화의 홍보를 맡고 계신 알바분들이신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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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어지 Trackback 1 : Comment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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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anyway, 2009.01.31 14:06 신고

    벤 포스터.. 정말로 돌아이인줄 알았어요.-_-;
    근데 우리나라는 영화를 이상한쪽?으로 별관련없는? 부분에 초점을 두고 홍보를 해서 낚이는 경우가 많은듯;;(이 영화도 브루스윌리스에 낚여서 봤는데 별로 나오지도 않더군요;;) .
    저는 실화인줄 알고 결말도 알고 봤는데 저 어린?애들이 너무 안타까워서 결말이 바뀌어지길 바라면서 봤네요.ㅜㅜ 게다가 제가 좋아하는 엠버 허드랑 빈센트 카세이저가 나와서(잠깐이었지만;) 더 재밌었다랄까요. 흐흐.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9.01.31 15:43 신고

      저 역시 뻔한 결말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긴장과 안타까운 마음을 거둘 수가 없더군요. 형편없는 낚시질에 비해 실제 영화가 무척 잘 된 작품이라는 사실이 더욱 안타깝기도 하고요. ㅋ 엠버 허드가 수영장 쓰리썸의 그 분이시로군요. 빈센트 카세이저도 짧게 나왔지만 참 예쁘게 생겨서 인상적이었던 그 배우고요. 이 영화는 정말 젊은 유망주 배우 종합선물세트 같습니다.

  2.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Mr.Met 2009.01.31 23:05 신고

    이 영화 나왔던지 몇년이 지났는데 굉장히 늦게 개봉하더라구요;
    아직 보진 않았지만 저스틴의 유일한 헐리우드 출연작이기도하니
    연기를 잘했나 모르겠네요 ㅎㅎ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9.02.01 14:46 신고

      이 영화가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유일한 출연작인가 싶어서 찾아보았더니 이 영화 이전에도 몇 작품있었더군요. <알파 독>에서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연기는 합격점이기는 한데 개인적으로 가수로서의 모습을 완전히 지우기는 쉽지 않더군요.

  3.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bedbug 2009.02.01 05:18 신고

    좋은 영화소개 감사합니다.. 꼭 찾아봐야겠네요.

  4.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지규 2009.02.01 16:58 신고

    이 영화 자주가는 블로그 중 하나에서 평이 별로였길래 볼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괜찮은가 보군요! 확실히 이 영화는 홍보 방식이 안티에요. 그 때문에도 볼 생각을 안 했죠.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9.02.02 08:39 신고

      저에겐 정말 기대 이상의 영화가 되었어요. <다이 하드>류의 코믹 액션 영화를 원했던 것이 아닌 이상 특별히 실망할 일이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되는데요. 기회되시면 봐두실만한 작품이예요. ^^

  5.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taisnlee 2009.02.02 17:59 신고

    대체로 저와 비슷한 의견을 가지고 있으시지만 평점 부분에서는 좀 갈리네요;;ㅋ
    (저 평점알바 아닙니다 -_-;;ㅋ)

    중간쯤 언급하신대로 실화라는 사실을 모르고 봐서
    이 어이없는 영화가 더 어이없게 느껴졌습니다.
    마지막에 밝혀지는 실화라는 사실은 이미 휘어질대로 휘어진
    제 평점을 바로잡기에 좀 늦은 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벤 포스터'와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연기가 돋보였던 <알파 독>이었습니다 ^^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9.02.02 22:23 신고

      벤 포스터의 연기가 너무 돋보이다보니 영화 마지막에 뭔가 매듭을 지어주러 다시 나와줘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죠. ㅋ 전화통에 대고 버럭질 이후에 결국 다시 나오지 않아서 좀 허전했습니다.

      저는 실화라는 것도 모르고 봤지만 영화 내용이 그렇게 어이없다는 생각도 못했던 덕에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작품 스타일이 상영관 내의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드는 쪽은 아니었기 때문에 대체적인 반응이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것이 자연스러운 것 같습니다. 하지만 평점 알바들의 소행 만큼이나 형편없는 작품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지요. 킁.

  6.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chul2 2009.02.03 21:14 신고

    오 이렇게 좋은 평은 처음봐요. 저도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이 적어서 미뤄지고 있답니다. 보고 다시 와야겠네요.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9.02.04 01:47 신고

      출연진이 좀 알려진 편이라서 첫주 상영관은 비교적 많은 편이긴 한데 그리 오래갈 영화는 아닌 것 같습니다. 보시려면 서두르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 ^^

  7. addr | edit/del | reply 광뇬이 2009.02.05 00:12 신고

    수요일이면 영화를 보기 위해 매번 고민을 해요. 알파독은 아마도 볼 영화리스트였는데 별4개의 평을 보고 극장을 찾았습니다. 가능하면 정보 없이 보자주의라 실화인줄 몰랐습니다. 시종일관 쿵쾅거리는 힙합음악과 자신들이 저지르고 있는 짓에 대한 멋모름과 동시에 느끼는 두려움, 사실은 그 무서운 사건의 시작은 아직은 많이 어린 아이들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보이면서 큰 사건사고에 휘말리는 사람들의 '영화에서나 나오는 남의 이야기'인줄 알았다는 말이 떠올라 인생은 아차구나 싶더라구요.

    영화 보는 내 잭이 누구더라 궁금해 미칠지경이었습니다. 목소리가 너무 특이해서, 분명 최근 본 영화인데, 집에 오자마자 찾았지요. 하우스 오브 디 더라구요.
    어느날 그 큰 극장에서 홀로 그영화를 봤었지요. 아저씨는 엔딩크레딧도 나오기 전에 필름을 꺼버리시더라구요.ㅋ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9.02.05 08:08 신고

      저는 이 영화 '아마도 볼'에서 '뭐하러 볼'까지 관심도가 뚝 떨어졌었던 영화였었거든요. 막상 보고나니 최근에 본 영화들 중에 훨씬 흥미롭고 관점도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더군요. 치명적인 인생의 큰 실수와 좋은 추억 남기기는 정말 간발의 차이라는 느낌을 영화가 전달해주었던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안톤 옐친이 어려서부터 목소리가 꽤 허스키하더라는. ㅋ 듀코브니의 연출작은 어떠셨나 모르겠네요. 평이 하도 안좋아서 저는 보러가는 걸 포기했었네요. ^^;

  8. addr | edit/del | reply 알파 2009.04.18 19:27 신고

    알파독을 재미있게 본 사람이 그리 흔치 않은데, 저처럼 알파독에 후한 점수를 주는 사람이 있어 반갑긴 합니다만.

    알파독에 똥점을 줬다고 알바 취급하는건 참으로 어이가 없군요. 그 남의 집에 방망이로 문 깨부수고 들어가 똥을 싸고 나오는 장면 하나만으로도 그 영화에 미칠듯한 혐오감을 느낄 사람은 우리나라에만 천만명도 넘을 겁니다.

    그리고 요새 알바는 남의 영화에 똥점도 주고 다니나요? 그것참 굉장히 비효율적이군요. 같이 개봉한 영화들에 전부 똥점을 주는데 드는 리소스도 짜증나게 부담스럽겠지만 그런다고 자기들 영화에 사람들이 관심 가져주리란 보장은 또 어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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