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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본 영화 두번 이상 잘 안보는 편입니다. 새로운 영화 보느라 바빠서 두번, 세번 볼 시간이 없어서 그렇기도 하고 아무리 좋은 영화라 할지라도 두번 이상 본다고 해서 뭐 달리 보이는 일도 없기 때문에 피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렇기도 합니다. 영화를 두번째 보면 확실히 첫번째 봤을 때에 몰랐던 부분들을 새롭게 발견하는 것들이 있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영화는 '첫경험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년을 지내고 나면 이상하게 두번 이상 보는 영화가 몇 편씩 나오곤 합니다. 재미없고 싫었던 영화를 반복해서 보는 경우는 절대 없으니, 결국 두번 이상 봤던 개봉 영화야말로 진정으로 한 해 동안 가장 좋아했던 영화라고 할 수 있을런지도 모르겠군요. 지난 2008년 개봉 영화들 가운데에서도 두번씩 봤던 영화들이 있었습니다. 역시나 모두 2008년 베스트로 꼽은 영화들 가운데에 포함되어 있는 작품들이더군요.




2008년엔 어느 하나 모자람이 없는 '완전 영화'들이 많았습니다. 이런 영화들은 몇번을 반복해서 본다 하더라도 그 감흥이 줄어들거나 하지 않는 법이죠. 그 가운데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인연이 닿았던 덕에 개봉관에서만 내리 두 번을 보았던 작품입니다. 영화를 두번째 볼 때에는 앞으로 어떤 일이 전개될 것인지를 알고 있기 때문에 왠만해서는 긴장이 잘 안되는데(그래서 두번 보는 일을 피하게 되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장면마다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뻔히 알면서도 압도 당할 수 밖에 없었던 작품입니다. 그런 점에서 코엔 형제의 연출력이 정말 남다르다는 것을 새삼 발견하고 또 확인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기도 합니다.

<데어 윌 비 블러드><아임 낫 데어>도 두번 이상 반복해서 감상하더라도 전혀 지루할 틈이 없을 작품이긴 합니다만 다른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모두 한번씩 밖에 보질 않았습니다. 특히 <아임 낫 데어>는 개봉관에서 본 이후 특별히 지인으로부터 DVD를 선물 받았는데 아끼느라 아직 뜯어보지 않고 참고 있는 중입니다.




2008년에 킹왕짱을 먹어주신 작품들 가운데 하나인 <다크 나이트>는 일반 상영관에서 본 이후에 아이맥스 상영관을 일부러 찾아가서 다시 한번 감상했던 작품입니다. CGV용산에서 두번째 감상을 했었는데요, 안타깝게도 두번을 본다고 해서 새롭게 발견되는 것은 전혀 없었고 그저 "아이맥스란 이런 것이구나" 알게 되었다는 정도였기 때문에 종합적으로는 실망스러웠던 먼 길 나들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다크 나이트>라는 작품이 실망이라는 것이 아니라 굳이 아이맥스에서 두번씩이나 감상했던 일이 기대에 못미쳤다는 얘깁니다. 첫 감상을 아이맥스에서 했었더라면 감흥이 좀 더 컸을런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의 개인 사정과는 상관없이, 다른 분들께 두번 이상 반복 감상했던 2008년 개봉작들을 여쭤보면 아마 <다크 나이트>가 그중 최다 반복 관람 영화일 겁니다.




부산 영화제에서 미리 감상한 이후 정식 개봉이 되었을 때 한번 더 관람했던 작품입니다. 영화제에서 남들 보다 먼저 발견한 기쁨에 혹시나 영화를 과대평가한 것은 아니었나 하는 의구심이 있었는데 개봉관에서 두번째 유료 관람을 하면서 <미쓰 홍당무>에 거품은 없었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줄거리를 다 알고 봐도 역시 소소한 재미들은 여전하더군요. 그러나 첫 감상에서 약간 이해가 잘 안되었던 부분(어학실에서 양미숙과 서종희가 밖으로 나와서 엉엉 울고 의기투합하는 부분)은 두번째 봐도 역시나 이해가 잘 안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박찬욱 감독이 어디에 등장했는지도 역시나 못찾았고요.(봉준호 감독과 함께 영어 학원 수강생들 가운데 한 명으로 나왔었다는데) 역시 영화는 첫 감상 때 발견하는 것이 내가 얻을 수 있는 전부인 모양입니다. 두번 세번 본다고 해서 더 알게 되는 것은 없는 것 같아요. 그러나 즐거움은 분명 반복할 수 있습니다.




10월 국제선 비행기 안에서 7인치 모니터와 우리말 더빙으로 한 차례 감상한 이후 정식 개봉이 되었을 때 다시 한번 감상했던 작품입니다. 워낙에 심심한 줄거리의 영화이기 때문에 두번을 본다고 해서 새로 발견할 건덕지가 없었던 작품이긴 하지만 조이 디비전의 음악과 흑백의 영상은 제대로된 스크린으로 다시 감상할 가치가 충분했었습니다. 이안 커티스와 멤버들이 라디오에 출연해서 첫 연주를 하는 장면이 시작되자 마자 "아, 역시 극장에 다시 보러 오길 잘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더군요. 2008년에도 좋은 음악 영화들이 많았지만 특히 <컨트롤>은 각별한 경험을 제공해주었던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세상의 모든 영화 관객은 두 종류로 나뉜다. <컨트롤>을 본 관객과 <컨트롤>을 안 본 관객."




마지막으로 어제 다시 한번 관람한 스웨덴 영화 <렛 미 인>입니다. 원래는 주변 분들의 호불호가 엇갈리는 <나의 친구, 그의 아내>가 과연 올해의 한국영화인지 아닌지를 직접 확인하고 싶었으나 어찌하다보니 우연찮게 <렛 미 인>을 한번 더 보게 되었습니다. 역시 좋은 영화는 몇 번을 봐도 여전히 좋다는 것,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올해의 영화로 <아임 낫 데어>를 꼽았지만 제 심장은 <렛 미 인>에 올인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스칼의 솜털은 여전히 뽀송뽀송했고 이엘리의 눈동자는 여전히 크고 신비롭더군요. 그러나 이엘리는 그냥 등장 인물이 아니라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안톤 쉬거와 <다크 나이트>의 조커가 그랬듯이 신에 가깝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충격적인(?) 마지막 수영장 장면도 이미 앞 부분에 예견이 되었던 것이더라고요. 그렇게나 약속을 잘 지키는 절대 사랑이라니, 이건 그냥 멜러가 아니라 접신하는 영화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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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어지 Trackback 0 : Comment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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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jez 2009/01/08 12:09

    두번봐도 아쉽지않은 영화들이라고 생각해요 :-) 컨트롤은 봐야지봐야지 하면서 홍보전단(?)만 집에 붙여두고 그냥 넘겨버렸네요. 전 의도하지않고 [텐텐]을 두번 봤고, [놈놈놈] 칸버전이 너무 궁금해서 봐버리고 실망한 기억이 ;;; 흐흣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9/01/09 16:22

      좋은 영화는 두번 이상 감상을 하더라도 재미가 확 떨어지는 일은 없더군요. <놈놈놈>의 칸 버전 상영은 지금 생각해보면 손익분기점을 넘겨보기 위한 대국민 사기극이었다는 생각이. -,.-;;;

  2.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taisnlee 2009/01/08 12:40

    극장에서 보지는 않았지만 2번 본 영화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있네요 ㅋ
    처음 볼 때는 평점 8.5점 줬는데 다른 분들 리뷰 읽고 다시 보니 평점 10.0을 줬던 영화입니다.
    '하비에르 바르뎀'의 냉혹한 킬러 연기가 너무나 좋았고 '조쉬 브롤린'도 쫓기는자의
    입장에서 '하비에르 바르뎀'과 동일한 연기를 보여줬죠 ㅋ

    여기서 본 영화가 <렛 미 인>, <다크 나이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정도네요.
    <렛 미 인>은 개인적으로 좀 별로였다고 평가되지만 한번 더 보면 또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듯^^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9/01/09 16:32

      조쉬 브롤린은 2008년의 개인적인 베스트에서 남주조연상을 드렸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플래닛 테러>에서도 훌륭한 모습(?)을 보여줬었네요. ㅋ <렛 미 인>도 좀 더 곱씹어보면 시간이 지나면서 그 맛이 슬금슬금 올라오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영화를 봤던 당일은 그냥 그랬었네요. ^^

  3.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배트맨 2009/01/08 20:59

    이웃 블로거 분중에 <다크 나이트> 블루레이를 벌써 다섯차례나 반복 감상하셨다는 분이 계시더군요. 얼마나 부럽던지요. ^^* <데어 윌 비 블러드>는 정말 보고 싶었던 작품이였는데 어찌하다 보니 상영관에 가지를 못했었네요. 케이블 TV로 풀리게 되면 꼭 챙겨보려고 합니다.

    전에 한참 DVD를 보았을때 저는 방음이 여간 신경쓰이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우퍼는 구조물을 통해서도 전달이 되기 때문에,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요. 지금처럼 마음 편하게 상영관에서 관람하는 것이 저는 여러가지로 만족스러운 것 같아요. 물론 무개념 관객들만 주변에 없다면 말이죠. ^^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9/01/09 16:46

      예전엔 DVD 위주로 영화를 보시다가 최근에 상영관 관람을 더 자주 하시는 모양이군요. 단독 주택에 제대로된 홈씨어터 시설을 갖추지 않고서야 제 성능을 다 누려보기란 쉽지 않은 듯 합니다. 상영관도 위치해있는 지역에 따라 상영관 내 분위기, 흔히 말하는 물이 많이 다르다는. ㅋ

    • addr | edit/del BlogIcon 배트맨 2009/01/10 20:23

      최근 2년동안은 오히려 상영관에서 영화를 보는 횟수가 많이 줄었습니다. 전에는 상영관에서도 영화를 많이 보고, 놓친 작품들은 DVD로 훑었거든요. 어느날 스피커에서 잡음이 나길래 잡아보려고 발버둥을 치다가, 깐깐한 귀 탓에 성질이 확 뻗쳐서 버렸습니다. -_-a

      밤에 영화를 감상하면 확실히 가슴이 두근두근해지기는 했었습니다. 이웃집에서 항의를 할까봐.. 만약 항의를 했어도 저는 딱히 할 말이 없는 그런 상태였었습니다. ^^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9/01/11 11:03

      그럴 때에는 무선 헤드폰이 나름 솔루션이 되었을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스피커에 비해서는 많이 부족하겠지만 DVD를 보는 동안 소음 문제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으니 괜찮은 타협점이 될 것 같습니다.

  4.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어설프군 YB 2009/01/09 11:16

    저도 다크나이트는 정말 명작이라 생각해요.
    기존의 배트맨 시리즈에 대한 편견(단순 오락영화..)을
    해소 시켜준 영화였기 때문이죠..

    좀.. 진중해진 내용은 아쉽지만요.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9/01/09 16:49

      <배트맨 비긴즈> 때만 해도 좀 진중해지기만 했을 뿐이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고 생각했었는데 <다크 나이트>는 정말 역사에 남을 작품이 되어버렸습니다. ^^

    • addr | edit/del BlogIcon 어설프군 YB 2009/01/12 13:18

      정말 다크나이트가 이렇게 대단한 작품으로.
      바뀔 수도 있구나란 생각을 했습니다.

      정말 좋은 작품입니다. 역작이죠. ㅎ

  5.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세뼘왕자 2009/01/09 16:05

    전 어쩌다 보니 <렛 미 인>을 세 번 봤네요...ㅋ
    <멋진 하루>도 두 번 봤고요.
    2007년에 <밀양>을 네 번 본 기억이 있는데 2008년에는 그 정도로 올인한 작품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또 본의 아니게 <우생순>과 <쌍화점>도 두 번씩 봤네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어서 봐야 할 텐데요...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9/01/09 16:51

      아 <쌍화점>을 두번이나. ㅎㅎ
      <멋진 하루> 못 보고 해를 넘긴게 또 따끔합니다.

  6.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giantroot 2009/01/09 22:39

    그러고 보니 렛 미 인 아직 못봤군...하면서 무심코 예매 사이트에서 찾아봤는데 아직도 서울에서 상영하더군요. 2008년의 [원스]인겁니까;;;

    봐야할텐데 말이죠 ㄷㄷㄷ 다음주 내내 바빠서 시간이 날지는 잘;; 정 안되면 DVD를 노려봐야 되겠군요.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9/01/10 09:34

      네 작년에 <원스>, 올해는 <렛 미 인>이죠. 수익면에서는 <원스>를 따라올 수가 없다고는 하지만요. <렛 미 인>은 DVD로 감상해도 크게 문제가 될 일은 없는 작품이기는 합니다. 언제가 되었든 즐감하시길 바래요. ^^

  7.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Deborah 2009/01/09 23:24

    렛미인이 호러 영화인데도 인기가 꽤 있네요. 리뷰글은 많은 사이트를 통해서 봐 왔는데요. 저는 호러팬이 아닌지라.. ㅠㅠ 악몽을 꿀까봐 못보고 있는데.. 설마 악몽을 꾸는건 아니겠죠?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9/01/10 09:57

      흔히 '호러 영화'라고 부를 때 연상되는 것들을 잘 피해간 작품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 영화를 보시고 Deborah님이 겪게 될 후유증에 대해서는 제가 감히 예측을 해드릴 수가 없네요. ^^;

  8. addr | edit/del | reply 현장조교 2009/01/10 23:03

    전 과속스캔들을 두번씩 감상했지요.

  9.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최지 2009/01/10 23:35

    우와 저도 위의 영화중에 홍당무 빼곤 다 두번씩 봤어요.
    물론 홍당무도 두번 볼만큼 좋은 영화인것 같아요.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9/01/11 11:20

      한번을 꼭 더 봐야겠다고 마음 먹고 본 것은 아니었지만
      두번째를 봐도 여전히 재미있던 <미쓰 홍당무>였습니다. ^^

  10.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어설프군 YB 2009/01/14 13:54

    렛미인은 저도 보고 싶었는데.. 못봐서.. 참 속상했어요.
    어둠에 경로를 활용해서라도 꼭 봐야겠어요. ㅠ.ㅠ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9/01/14 14:36

      <렛 미 인>은 혹시 취향에 안맞으시더라도 꼭 봐둘만한
      2008년의 영화들 가운데 하나인 건 분명합니다.

    • addr | edit/del BlogIcon 어설프군 YB 2009/01/14 15:07

      네.. 정말 괜찮은 영화라고 하던데요.
      제 여자 친구가 강추하더라구요. ㅠ.ㅠ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9/01/14 15:31

      같이 못보셨던 거군요. 토닥토닥. ㅠ.ㅠ

    • addr | edit/del BlogIcon 어설프군 YB 2009/01/14 15:59

      눈치 정말 짱이세요. ㅎㅎ;;
      혼자라도 봐야죠.. 뭐.

  11.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anyway, 2009/01/25 15:40

    흐흣, 저는 미쓰홍당무에서 봉준호 감독이 나온다는 걸 알고 봐서 그런지 한번에 찾아냈더랬죠.. +_ +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9/01/25 21:33

      ㅎㅎ 그러셨군요. 혹시 박찬욱 감독도 발견하셨나요?
      저는 두번을 봤는데도 못찾았습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