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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도쿄!>의 첫번째 단편인 미셸 공드리 감독의 <인테리어 디자인>은 오사카에서 온 가난한 젊은 남녀가 도쿄에서 새롭게 정착해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영화 감독이 되고자 하는 남자 친구(카세 료)를 돕기 위해 운전을 하고 다른 친구(이토 아유미)의 단칸방에 빌붙어 지내면서 월세방을 알아보러 다니고 견인된 차에서 영화 상영을 위한 장비를 혼자 빼내오기도 합니다. 남자 친구가 만든 독특한 컨셉의 영화가 무사히 상영회를 갖게 되어 그간의 노고가 보답을 받아야 할 순간, 그녀(후지타니 아야코)는 깊은 소외감에 빠져듭니다. 특히 간밤에 들려온 집 주인 친구의 한 마디는 가슴 한 가운데에 치유될 수 없는 커다란 구멍을 만들어놓고 말지요. <인테리어 디자인>의 다른 제목을 찾는다면 <도쿄에서의 카프카적인 변신> 정도가 되지 않을까요. 급기야 하나의 나무 의자로 바뀌어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과연 미셸 공드리라는 경탄을 내뱉게 만드는 놀라운 비주얼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관객들의 가슴을 후벼파는 아픔을 전달해줍니다. '그리하여 그녀는 자신을 약간의 쓸모있는 존재로 여겨주는 다른 누군가에게로 갔다'고도 해석될 수 있는 결말이라 그나마 위안이 됩니다. 저는 <도쿄!>의 단편들 가운데 미셸 공드리의 이 작품이 가장 좋더군요.
레오 까락스 감독의 <똥>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도쿄 하수구의 광인(드니 라방) 이야기입니다. 언제부터 도쿄의 하수구에서 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느닷없이 나타나 시민들을 괴롭히는 통에 아주 난리가 납니다. 사람들을 그저 깜짝 놀래키고 다니는 정도로만 끝날 줄 알았던 광인의 행동은 그의 손에 수류탄 상자를 들어오면서 대량 살상의 참극으로까지 발전하게 되죠. 도무지 개념이라곤 없는 듯한 광인은 결국 아직도 청산되지 않은 제국주의 시대의 광기를 상징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레오 까락스 감독은 오옴 진리교 사건과 같이 도쿄 시내에서 실제로 발생했었던 참극들과도 연관을 지으면서 자신이 알고 있는 일본과 도쿄에 관한 이미지를 비판적으로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왜 그런 '똥' 같은 과거의 유물을 제대로 안치워 놓고 도쿄 거리의 밑바닥(하수구)에 쌓아놓고들 사느냐는 얘기죠. 광인의 재판을 위해 프랑스에서 건너온 '광인과 거의 똑같은 풍모'의 변호사(장-프랑소와 발머)는 광인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전세계 3명 밖에 없는 사람들 가운데 하나라는 설명이 붙습니다. 영화 속에는 더 이상 언급이 되지 않습니다만 나머지 2명 가운데 하나는 분명 미국인이 아닐까 싶네요. 레오 까락스의 영화도 오랜만이지만 드니 라방의 화끈한(?) 연기도 굉장히 반가웠던 작품입니다. 그러나 광인의 체포 이후의 과정은 약간 지루한 면이 없지 않더군요.
<괴물>(2006) 이후 오랜만에 보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인지라 기대를 갖지 않을 수 없었죠. 집 밖에 한 발자욱도 나가지 않고 외부 사람들과의 접촉을 단절한 채로 살아가는 11년차 히키코모리(카가와 테루유키)가 피자 배달부(아오이 유우)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히키코모리가 히키코모리를 만나기 위해" 주인공이 밖으로 나가면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흔들리는 도쿄>에서 지진은 혼자만의 세계에 갖힌 주인공이 소통을 갈망하게 되는 감정적 변화를 상징하는 동시에 히키코모리들이 밖으로 뛰쳐나오게 되는 조건이 되기도 합니다.
평범한 듯 하면서도 그 평범함을 비범한 연기로 보여주는 카가와 테루유키와 봉준호 감독의 강력한 디테일이 만나 오랜만에 보는 눈이 즐거운 영상을 만들어냈습니다. 여기에 이병우의 어쿠스틱 기타가 배경음악으로 깔리면서 장면 마다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드러냅니다. 중간에 피자집 주인으로 다케나카 나오토가 출연해 역시나 짧고 굵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것도 큰 기쁨이 되는 작품입니다. 세 편의 단편들 가운데에서 가장 긍정적이고 나름대로 해법까지 제시해주는 봉준호 감독의 작품은 그러나 마지막 '버튼이 눌려진' 한 순간에 갑자기 청소년 드라마로 바뀌어버리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합니다. 물론 이건 보는 이에 따라 굉장히 감동적일 수도 있을텐데요 아무튼 저는 그 알파펫 네 개로 이루어진 단어가 등장하는 순간 갑자기 맥이 픽 빠져버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앞뒤가 잘 맞아떨어지는 설정이긴 했습니다만 저는 조금 다른 해법을 기대했던 것 같습니다.
카가와 테루유키라는 배우를 국내에 소개시켜주었던 그 영화에 대한 오마주였을까요? <유레루>라는 말이 영화 속에 두 번이나 나오더군요. 히키코모리의 세계에서 '유레루'하는 순간이란 혼란과 위험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바로 희망의 순간이기도 하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듯 합니다. 물론 중요한 것은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버튼'을 눌러주는 본인들의 의지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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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도쿄! _ 이방인들의 시선으로 본 현대의 도쿄
2008/10/30 12:37 tracked from the Real Folk Blues도쿄! (Tokyo!, 2008) 이방인들의 시선으로 본 현대의 도쿄 <이터널 선샤인>의 미셸 공드리, <퐁네프의 연인들>의 레오 까락스, 그리고 <괴물>의 봉준호, 이렇게 세 명의 각기 다른 국적을 갖은(국적 뿐 아니라 스타일도 완전히 다른) 감독들의 작품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옴니버스 영화 <도쿄!> (영화를 보기 전부터 생각했던 것이지만, 보고 나니 제목의 느낌표는 확실히 의미있는 의도적 기호라고 생각이 더 들더군요. 뭐랄까 그냥 '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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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도쿄!] 삭막하거나, 추악하거나, 외로운 도시
2008/10/31 02:25 tracked from DAYDREAM NATION도쿄! (TOKYO!) 미셀 곤드리, 레오스 까락스, 봉준호 감독, 2008년 개성으로 똘똘 뭉친 옴니버스영화 알록달록 예쁜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하는 오프닝과 달리, <도쿄!>는 영화 전반에 비관적인 분위기가 스며있는 영화다. 미셀 곤드리, 레오스 까락스, 봉준호 감독은 도쿄의 화려한 모습 대신, 그 화려함 속에 감춰져 있는 도시의 풍경들을 30분 남짓의 단편으로 담아냈다. 삭막하고, 추악하며, 외로운 도시의 모습들이다. 물론 영화가 비관적이라고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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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도쿄 ; 유령과 광인 그리고 히키코모리가 함께 사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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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영화 '도쿄'에 관한 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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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공드리의 오랜 팬이기 때문에 기대감이 커서 그런지 아쉬움이 좀 들긴 했지만, 한 작품을 꼽자면 공드리의 작품을 저도 꼽게 될 것 같네요. 다케나카 나오토의 출연도 인상적이었구요 ㅎㅎ
네 저도 세 작품 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미셸 공드리 작품이네요. 봉준호 감독의 작품도 그렇게 가슴 한켠을 푹 찌르는 맛이 있었더라면 정말 이상적이었을텐데 갑자기 이와이 슈운지류가 되어버린 듯한. ㅋ
저는 세 작품 골고루 참 좋더군요. 감독들이 각자 자기의 느낌들을 잘 살려낸것 같아요.
누구의 눈치도 받지 않고 그냥 자기가 만들고 싶은 작품을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어요.
감독들 각자의 개성이 잘 반영된 작품이라는 데에 동감입니다. 도쿄에 대한 애정 표현으로만 끝나는 작품들도 아니었고요. 그중에 레오 까락스의 영화가 가장 의외였는데 <퐁네프의 연인들> 이후에 만든 영화로는 처음 보는 작품이다보니. ^^;
하아~ 별로 보고 싶지 않았는데...포스팅 보니까 또 땡기네요. -0-;; 혹시 보게 되면 트랙백 날리겠습니당~~~
네 기회가 되면 꼭 보세요. 왠만한 장편 보다 훨씬 낫더군요. ^^
드니 라방 젊은 시절 마스크가 참 맘에 들던데... 모, 못 알아볼 정도네요. 하지만 하수도 광인이라니 무지 궁금해져요. 미셸 공드리야 뭐 실망스러운 적이 없었고... 도쿄를 향한 찬양 일색이 아니라니 더 흥미로워요.
저도 드니 라방의 멀쩡한 최근 모습을 잡지에서 봤는데 영화 속에서는 완전 괴물처럼 나오더군요.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올누드 연기를 불사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도 코미디 연기를 하고 있더라는. 암튼 드니 라방이라는 배우 자체가 대단한 변신 괴물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ㅋ
이번에 전주영화제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마주쳤던 드니 라방이었는데, 영화 속에서 저런 추레한(;) 몰골로 등장하는 걸 보니 기분이 참 묘하더군요ㅋㅋㅋ 그나저나 서울에 대한 옴니버스 영화는 만날 날이 오기나 할까요?;;;
ㅋㅋ 저는 잡지를 통해서만 봤는데도 영화를 보면서 와, 쓰고이 쓰고이 했습니다. 영화를 위해 기꺼이 짐승으로 변신해주시는 진정한 장인 정신이랄까요. ㅎㅎ 제목에 서울이 들어가거나 배경으로 하고 있는 작품들은 있었어도 이처럼 '서울에 관한 옴니버스'는 아직 없지 않았나 싶어요. 뭐 언젠가는 만들어질테지만 기왕이면 좀 볼만한 작품이 되게 제대로 기획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네요.
확실히 광인은 후반에 좀 늘어지는 감이 있었죠...
재판 과정이나 그 앞뒤가 조금 더 속도감있게 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흔들리는 도쿄의 버튼은... 갑자기 '사랑'이 나와서 뭣하긴 했지만 개인적으론 '버튼'이라는 장치는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변화'를 가장 단순하고 함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최적의 장치가 아닌가 싶네요.
레오 까락스의 단편에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외계어 퍼레이드가 약간 길었던 거 같아요. 봉준호 감독 영화의 초반부에 XBOX의 전원 버튼과 똑같이 생겼다는 '허벅지 버튼'은 매우 좋았습니다. ㅋ 버튼이라는 장치도 참신했지만 그것을 '누른다'는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듯 했어요. 엉겹결에 누르든 제대로 알고 누르든... 물론 잘못 누르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겠지만요. ㅎㅎ
저도 미셸 공드리 단편이 제일 좋았어요. 그런데 인터넷에선 레오 까락스 단편이 좋았단 이야기가 많더라구요. 봉준호 감독 단편은 좋았는데, 뭔가 2% 부족한 느낌이었어요.
저는 요즘 가끔 미셸 공드리 단편에서처럼 누군가의 튼튼하고 쓸모있는 의자가 되는 상상을 해요. 그래서 '여자가 의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은 그 장면들이랑, 의자가 된 후 편안해진 여자의 일상을 자꾸 생각해요. 그러면 편안하고 튼튼한 느낌이 들어요. :)
메인 이미지, 컨트롤이네요. 저도 곧 보러갈려구요.
다른 분들 리뷰를 많이 읽어보지는 못했습니다만 레오 까락스의 단편이 일본에 대해 대놓고 까주는 내용이라서 호응이 좋은 것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ㅋ 미셸 공드리의 작품이 너무 슬프거나 비극적으로 흐리지 않았던 점도 좋았죠.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달리 보일 수 있게 여운을 남겼다고 할까요. GoldSoul님은 편안함을 느끼셨군요.
<컨트롤> 즐감하시기 바랍니다. 다음 주 초에 극장에서 제대로 보고 싶은데 대부분 극장이 평일 마지막회 상영을 안하더군요. ㅠ.ㅠ
비밀댓글입니다
저도 그런 일이 종종 있어요. ^^
저도 얼마전에 이영화 봤는데, 미셸공드리 단편이 제일 공감 가더라구요.
미셸공드리 감독이 실제로는 조증일 정도로 시종일관 유쾌하다는 이야기를 읽고
좀 뜻밖이었어요.
저는 미셸공드리의 영화를 보면 일관되게 어떤 고독감같은게 느껴지더라구요.
교감을 간절히 원하는 것같은. ^^
미셸 공드리의 단편과 뮤직비디오 등을 모아놓은 DVD를 봤었는데요 일종의 괴짜 천재에 가깝습니다. 기발한 발상을 뮤직비디오에 많이 반영해서 유명해졌고 그것이 영화 감독 데뷔의 발판이 되었죠. 직접 시나리오를 쓴 <수면의 과학>을 보니 역시나 미셸 공드리 본인의 성격이나 취향이 많이 반영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천재와 고독감은 뗄래야 뗄 수가 없는 관계인가봐요. ^^
음.. 그렇군요.
수면의 과학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예요.
또 보고싶네요. ^^
역시, 신어지님은 영화 박사예요.
주말 잘 보내세요~
미셸 공드리의 대표작으로 보통 <이터널 선샤인>을 꼽아주고 있는데 이번 <도쿄!>의 단편도 그렇고 모두 다른 사람의 시나리오나 원작으로 만들어진 작품이죠. 다른 작품들 보다 <수면의 과학>이 가장 좋다고 하신다면 미셸 공드리와 코드가 굉장히 잘 통한다고 생각하셔도 될 거 같습니다. ^^
제가 영화 박사일리는 없고 그저 조금 아는게 나오면 신나게 떠들어대긴 하죠. ㅋㅋ 좋은 주말 되시고요.
저도 첫번째 이야기가 젤 맘에 들더라구요... 그 후에 남자친구는 뭐할까? 뒷이야기도 괜히 궁금해지기도 하고.. 근데 이 편에 대한 반응들이 별로 없어서 아쉬웠는데 댓글 보면서 비슷하게 느낀 분들도 있었구나 싶네요.
의자가 된 주인공이 자기 주변 인물들의 모습을 궁금해하던 장면이 생각나네요. 특히 남자친구에 대해서는 여러 버전으로 궁금해하면서... 그러나 그 모습을 이제는 더이상 직접 확인할 길이 없다는 의미가 되면서 기분이 짠해졌던 장면입니다. <도쿄!>에서 미셸 공드리의 단편에 젤 좋았던 사람들끼리 한번 모여야겠군요. ㅎㅎ
카프카의 변신...정말 적당한 비유인것 같습니다^^ㅋ
제가 그런 비유를 썼었군요. ㅎㅎ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