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툴바


바디 오브 라이즈
감독 리들리 스콧 (2008 / 미국)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러셀 크로우, 까리세 판 하위텐, 빈스 콜로시모
상세보기

★★★☆☆


기대했던 것 만큼 반전 메시지가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편은 아니더군요. 하지만 자칫 신파로 흐르거나 지나치게 계몽적인 영화가 되는 것 보다는 이 정도 선에서 끝내는 편이 낫지, 싶기도 합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중동 지역에서 대테러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 CIA 요원들의 활약상 또는 이들이 겪는 고난을 소재로 잘 뽑아낸 첩보물이라고 하는 편이 적당할 것 같습니다. 제목만 놓고 보면 Body of Lies, 즉 거짓말의 본체를 뜻하는 시커먼 악의 정체를 고발하는 일에 역점을 둔 영화일 것 같은데, 그리고 물론 영화가 건드리고 있는 지점들을 깊이 파고 들다보면 자연스럽게 무엇이 거짓이고 무엇이 그런 거짓들을 양산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할 수는 있을텐데, 막상 영화에서는 베테랑 CIA 현장 요원 페리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개인적인 삶의 선택 문제에 집중을 하며 마무리되고 맙니다. 대중적인 액션 영화로서 적정한 선에 머물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바이 오브 라이즈>는 양비론을 취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중동 지역의 대테러 활동을 지휘하는 워싱턴의 관료(러셀 크로우)가 자기 욕심만 앞세우는 비인간적인 놈이라며 꾸짖는 동시에 무고한 시민들까지 무차별적으로 살상하는 극단적인 과격 테러리스트 지도자 역시 끝내는 응징을 해주고야 마는 영화입니다. 따지고 보면 CIA와 같은 조직은 대테러 전쟁과 같은 활동이 있기에 먹고 살 수 있는 존재이고 과격 테러리스트 조직 역시 같은 이슬람 진영에서는 비슷한 존재들이라 할 수 있겠죠. 페리스가 테러 조직의 지도자 알 살림(알론 아부트불)에게 일갈하듯이 이들은 서로를 위해 공생하며 전쟁의 명문을 앞세워 무고한 희생을 당연시 하는 '거짓의 본좌'들인 것이죠. 영화에선 이들의 지긋지긋한 악행이 아주 노골적으로 전시되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건드릴 부분들은 충분히 건드려주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라크의 모처를 시작으로 중동 지역 내 여러 국가들을 배경으로 로케이션이 펼쳐지는 점은 <바이 오브 라이즈>의 특색이라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개인적으로 요르단이 참 괜찮은 곳이라는 얘길 들었었는데 마침 수도인 암만이 주요 배경으로 등장하더군요. 중동 전쟁과 관련한 다른 영화들에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던 친미 성향의 제 3의 국가가 내러티브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도 이채롭습니다. 리들리 스코트 감독의 십자군 전쟁 영화 <킹덤 오브 헤븐>(2005)이 중동 사람들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을 깨뜨리는 노력을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바이 오브 라이즈> 역시 요르단 정보국의 국장 하니(마크 스트롱)을 등장시켜 인종 문제에 대한 편견에서 상당히 자유로운 관점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극 중에서 페리스가 연모하는 매력적인 간호사도 이란 출신인 것으로 설정되어 있고요. 특히 페리스가 간호사의 집에 초대되어 식사를 하는 씨퀀스는 미국의 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그쪽 사람들이 갖게 된 피해의식을 드러내는 동시에 이슬람 사람들이 전부 테러리스트인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드러내주고 있는 장면이라 생각됩니다. 얼마든지 교감이 가능하지만 여전히 전반적인 분위기는 불편할 수 밖에 없다는 현실 인식도 충분히 하고 있고요.

영화가 기대했던 것 보다 좀 더 대중적인 액션 영화로 보이게 된 이유 중에 하나는 주인공으로 출연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바디 오브 라이즈>에서도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기는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계속 봐온 듯한 똑같은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고 할까요. 영화의 규모나 성격으로 보았을 때 다수 관객들에게 익숙한 딱 그런 모습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만을 제작자들이 원했기 때문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요. 러셀 크로우는 배역 자체가 조연인 만큼 그리 크게 부각되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지는 않습니다. 좀 더 사악한 면모를 직접적으로 드러냈어야 좋았을 것 같은데 영화 속 캐릭터 자체만으로는 선악을 명확하게 판별하기가 어렵게 해놓았더군요. 이런 측면은 <바이 오브 라이즈>의 장점인 동시에 대중영화로서는 단점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Posted by 신어지 Trackback 6 : Comment 12

트랙백 주소 : http://differenttastes.tistory.com/trackback/1093 관련글 쓰기

  1. 삭제

    Subject: 바디 오브 라이즈 _ 리들리 스콧과 레오, 그리고 마크 스트롱!

    2008/10/24 17:22 tracked from the Real Folk Blues

    바디 오브 라이즈 (Body Of Lies, 2008) 리들리 스콧과 레오, 그리고 마크 스트롱! <바디 오브 라이즈>는 개봉 전부터 개인적으로 상당히 기대를 모았던 영화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장인의 반열에 이미 올랐다 할 수 있는 리들리 스콧이 연출하고 스콜세지의 페르소나가 되면서 매 작품마다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그리고 항상 선굵고 무게있는 연기를 보여주는 러셀 크로우가 출연한 영화였기 때문이었죠. 더군다나 이..

  2. 삭제

    Subject: 나는 살고 싶다 - 바디 오브 라이즈

    2008/10/24 20:40 tracked from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블로그

    CIA, 테러집단, 요르단 첩보기관 등이 활동하는 중동의 한 복판에 떨어진 첩보원의 이야기. 아마도 정치적 상황을 떠올릴 수 밖에 없으리라. 그러나 [바디 오브 라이즈]는 노골적인 정치영화 - 물론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는건 아니다 - 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각 국가간의 정치적 상황보다는 대의명분(전쟁에는 희생이 따른다)이라는 기치 하에 인간을 하나의 소모품으로 전락시키는 모습에 대한 반감이 더 부각되기 때문. 그건 일면 당연해보...

  3. 삭제

    Subject: 바디 오브 라이즈 - 디지털 (Body of Lies)

    2008/10/25 16:29 tracked from 배트맨이 들려주는 이야기. 레이첼도, 알프레드도 없...

    냉전 시대가&nbsp;종식된 후 할리우드에서 주적 캐릭터로 즐겨 사용해오던 시대와 공간이 소멸되었고, 그 대안을 중동 지역의 극우 이슬람 세력에게서 찾는 것이 이제는 새삼스러운 일도 아닙니다. 미국 본토에서 충격과 공포를 경험한 일도 있으니,오히려 냉전 시대때보다도 더욱 효과적으로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소재로 부상했습니다.&nbsp;&nbsp;주적이 같은 무리로 설정되어서 사투를 벌인 '제이슨 본'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스파이 스릴러물은 ...

  4. 삭제

    Subject: 바디 오브 라이즈 (Body Of Lies, 2008)

    2008/10/26 00:51 tracked from youngkyoung.net

    내가 좋아하는 감독과 배우들이 나왔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는 일단 본다. <글래디에이터>, <아메리카 갱스터>처럼 남성적인 영화를 좋아하는데 그의 영화들은 대부분 실망스럽지 않았다. 환상의 호흡인 러셀 크로와 리들리 스콧 감독은 이번에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거기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까지 합세했으니...... 영화는 중동과 미국 간의 관계를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9.11 테러 이후, 스파이들의 정보전은 극에 달하고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5. 삭제

    Subject: [리뷰] 바디 오브 라이즈 (Body Of Lies, 2008)

    2008/10/26 21:56 tracked from 스테판's Movie Story

    리들리 스콧, 러셀 크로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이름만으로도 기대감을 가지게 하는 인물들이 뭉친 영화 "바디 오브 라이즈". 하지만 그런 네임밸류로 인한 기대치가 컸던 것일까요? 정작 영화는 그 기대감만큼의 큰 만족은 주지 못합니다. 영화는 중동을 누비는 CIA의 현장요원인 로저 페리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와 CIA 본부에서 근무하는 에드 호프먼을 중심으로, 9.11 이후의 미국과 중동의 갈등관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유럽 등지에..

  6. 삭제

    Subject: 바디 오브 라이즈 : 의심스러운 거장의 범작 스릴러

    2008/11/10 13:00 tracked from 異端의 생활

    바디 오브 라이즈 Body of Lies (2008) 리들리 스콧 정도면 그래도 거장이라는 범주안에 넣을까 말까 고민해 볼만한 감독이지만 솔찍히 몇몇 작품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특히나 일정한 정치적 이슈에 대한 감독 자신의 입장이 투영될 수 밖에 없는 소재를 대할때는 극장 의자에 앉은 자세를 고쳐 앉게 만드는 불편함이 종종 드러나는게 사실이다. 블레이드러너나 에일리언같은 명작의 반열에 올릴만한 작품들을 만든 감독이 왜 블랙호크다운이나 글래디에이..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아쉬타카 2008/10/24 17:23

    저도 엄청 기대를 모았던 조합임을 감안한다면 뭔가 새로울 것은 없었던 조금 심심한 영화가
    아니었나 싶어요. 이런 비슷한 류의 영화를 한 편 더 만든 것 이상에 의미는 없었다고 할까요.
    감독과 배우 모두 좋아하는 터라 약간 실망한 감도 있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볼만은 했던것 같아요 ^^;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8/10/24 17:36

      이런 영화는 감독에게나 배우에게나 일종의 생계형 영화죠. 큰 무리를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적당한 개런티를 받고 뚝딱 만들고 흥행도 그럭저럭 해주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이런 영화에서 돈 벌어 <11번째 시간> 같은 영화를 제작하기도 하니까 미워할 수도 없어요. ㅎㅎ

  2.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Arborday 2008/10/24 20:40

    개인에게 초점을 맞춤으로써 민감한 부분을 피해버렸다고 해야할까요. 저도 모르게,,, 좀 더 노골적인,,, 이야기를 바라고 있었나봐요.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8/10/25 01:11

      저나 Arborday님 뿐만 아니라 리들리 스코트 감독을 아는 대부분 관객들이 비슷한 기대를 갖고 봤던 것 같아요. 대안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좀 더 신랄하게 고발해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는데 말이죠. 하지만 항상 <아메리칸 갱스터> 같은 묵직한 작품만 해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까요. ^^

  3.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배트맨 2008/10/25 16:28

    리들리 스콧의 최근 작품중에서는 가장 범작이 아니였나 싶어요. 배우들의 연기나 감독의 연출은 나름대로 만족스러웠는데, 플롯을 보면 윌리엄 모나한의 한계가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요. 물론 할리우드에서 뜨고 있는 각본가이기는 하지만, 리들리 스콧과 배우들의 퀄리티에 맞는 시나로오였으면 참 좋았겠다 싶더라고요. 어떻게보면 노골적으로 돈 벌자고 만든 영화로 보이는데, 북미에서는 쫄딱 망하고 있으니.. -_-a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8/10/25 17:55

      기술적으로는 그리 흠잡을만한 구석이 없는 영화죠. 북미에서도 흥행이 그리 좋지 않다고 하시니 역시 배우들의 이미지가 너무 식상했거나 다름 아닌 이라크전을 놓고 이런 평범한 액션물을 만드는 데에 그친 탓 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안일한 제작 의도로 만들어진 영화는 결국 당연히 거둬들였어야 할 성과도 제대로 얻지 못하고 마는군요. 그래도 이렇게 훌륭한 감독 & 배우 조합을 갖고도 더 형편없이 만들어진 영화들도 많았던 것에 비하면 <바디 오브 라이즈>는 관객으로서 뭐 그런대로 볼만은 했던 수준인 것 같네요. ^^

  4.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영경 2008/10/26 00:53

    괜찮았던 영화였어요. 이야기가 전 흥미로웠어요. 단순한 액션 영화는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8/10/26 17:37

      '단순한 액션 영화' 보다는 훨씬 낫지요. 그러나 리들리 스코트 감독 작품을 본다고 할 때에는 대체로 그 이상의 기대를 갖게 되곤 하기 때문에 약간의 푸념을 섞게 되는 것 같습니다. ^^

  5.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컴속의 나 2008/10/26 01:08

    문화 생활을 잘 못하는 저로써는 신어지님 왕성한 활동에 그저 감탄만 합니다. 언제 볼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보고야 말겠죠^^;;; 영경님 포스트 보고 결심했다는.....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8/10/26 17:40

      짬 날 때마다 새 영화 볼 생각만 하느라 그렇습니다. ^^;
      컴속의나님도 <바디 오브 라이즈> 잼나게 보시길 바랍니다.

  6.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웬리 2008/10/29 14:18

    나의 꽃미남 레오를 돌려줘 ㅜ_ㅜ 저 수염은 대체...;;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8/10/29 17:24

      아랍 전문 현장요원이라서요. ㅎㅎ
      다음 작품에서는 깨끗하게 면도하고 나오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