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부산에 도착한 첫 날 <힌드미스> 한 작품만 제대로 입장권을 발권받아 감상했을 뿐, 나머지 세 작품은 예매/발권 절차 없이 프레스 카드만 제시하면 바로 볼 수 있는 '부산 스크리닝' 상영작들로 남은 영화 관람 시간을 채워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많은 상영작들 가운데 고작 네 편이라니, 허탈하기도 하지만 어차피 물리적으로 그 많은 영화들 다 본다는 건 애시당초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니까 그리 큰 미련을 갖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부산 스크리닝' 상영작이라고 해서 다른 일반 상영작들에 비해 결코 모자라거나 했던 것도 아니니까요.
힌드미스 (Хиндемит / Hindemith, 2008)
불가리아 / 안드레이 슬라바코프 감독 / ★★☆☆☆
쿠카씨의 조언 (Herrn Kukas Empfehlungen / Mr. Kuka's Advice, 2008)
폴란드, 오스트리아 / 다리우스 가예브스키 / ★★★☆☆
전날의 피로 때문에 그만 '영화 보다가 한 시간 잠들기'를 해버린 작품입니다. 폴란드 청년이 첫 해외 여행지로 오스트리아를 선택하는데 이웃집 아저씨 쿠카씨의 부탁으로 누군가에게 보석을 전달하게 됩니다. (잠에서 깨어보니) 전통 인형 가게에서 일하며 빈에서 눌러 살게 된 주인공은 같은 집에서 사는 친구들로부터 깜짝 선물도 받고 못된 놈들에게 돈을 빼앗겨 마음 고생도 하지만 결국 신비로운 여인과 함께 하는 깨달음의 순간을 얻게 되더군요. 영화를 제대로 못본 탓도 있습니다만 일종의 성장 영화이면서도 주제 전달은 다소 모호한 작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음악의 사용이 탁월하고 그외 전반적인 만듬새가 딱 젊은 '유럽 영화'의 이미지에 부합하는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카운터페이터>(2007)에서 가장 저항적인 캐릭터인 브로거를 연기했던 오거스트 딜이 주인공의 친구로 출연해 섬세하면서도 특유의 광기어린 연기를 보여줍니다.
시집 (Make Yourself At Home / Fetish, 2008)
미국, 한국 / 손수범 감독 / ★★☆☆☆
송혜교가 출연한 한미 합작 영화이지요. 개봉을 앞둔 강이관 감독의 <사과>(2004)를 비롯해 98년 이후 줄곧 촬영 감독으로 활동해왔던 손수범 감독의 이력 덕분인지 화면이 무척이나 좋더군요. 영화는 유명한 무당의 딸로 그 자신 역시 신내림을 받은 숙희(송혜교)가 한국계 미국인과 결혼하여 뉴저지에서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비극적인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한국인 관객 입장에서는 자연히 송혜교가 연기하는 숙희를 중심으로 영화를 따라가게 되는데 어느 순간부터 숙희가 타자화되면서 일종의 심령 스릴러류로 변모하고 맙니다. <사이에서>(2006)로 시작했으나 <위험한 독신녀>(1992)로 줄거리를 이끌어나가는 영화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다 다소 뻔하고 지루한 후반부를 거쳐 마지막 한 장면, 대사 한 마디로 스스로의 정체성을 드러내며 끝을 맺는데요, 마치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들의 처지를 상징하고 있다는 인상을 줍니다. 그보다는 자신의 운명을 거슬러 다른 인생을 살고 싶었던 숙희의 심리 묘사에 끝까지 집중하는, 좀 더 사실적인 영화였더라면 좋았지 않았겠냐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퍼니 게임>(1997)에 출연했던 아르노 프리쉬가 이웃집 남자 존으로 출연해 무척 반가웠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미쓰 홍당무 (Crush and Blush, 2008)
한국 / 이경미 감독 / ★★★★☆
조만간 개봉할 영화이기 때문에 굳이 영화제에서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전후 사정이야 어찌되었건 관객 입장에서 작품 자체에 대한 만족도는 가히 최고였다고 할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고고 70>이 한국 음악영화사를 다시 썼다면 <미쓰 홍당무>는 한국 코미디 여성영화사를 다시 쓴 작품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흥분하면 얼굴이 빨갛게 되어버린다는 주인공 캐릭터의 설정이나 그에 상응하는 제목은 그저 낚시질에 불과합니다. 그런 설정이 영화의 내러티브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소는 아니라는 것이죠. 그러나 그에 상관없이 선생님들이 주인공이긴 합니다만 일종의 학원물이라고 할 수 있으면서도 거의 홍상수 영화 수준의 막나가는 매우 부도덕한 전개가 그저 통쾌하고 즐거울 따름입니다. 도대체 어쩌자고 일을 저렇게 벌리기만 하는가 싶었지만 적당히 대중적인 수준에서 봉합하는 놀라운 센스까지 발휘했으니 18세 이상 관람가 영화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흥행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대해볼만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이경미 감독은 <친절한 금자씨>(2005)에 스크립터로 참여한 바 있었는데 박찬욱 감독이 <미쓰 홍당무>의 제작과 공동 각본을 맡아주었고 봉준호 감독은 무슨 인연인지 카메오 출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봉준호 감독의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2000)를 떠올릴 만큼 디테일이 강한 아주 인상적인 장편 데뷔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작품이 <미쓰 홍당무>입니다. 개인적으로 등장 인물들의 대사나 행동을 살짝 따라가지 못하고 마는 순간들이 있었는데 작품 전체를 즐기는 데에 지장을 주는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 때문에 오히려 개봉관에서 한번 더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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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미쓰 홍당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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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을 자고도 별 세개라니...우와~~ 가히 놀라운 분석력을 갖고 계십니다!!!
음하~[미쓰 홍당무]를 결국 '봐야겠군'으로 점찍게 하시는군요^^
제가 원래 좀 하지 않습니까. 푸푸푸.
<미쓰 홍당무> 꼭 봐야할 영화입니다.
역시 미쓰홍당무 기대되는군요. 근데 예고편은 왠지 좀 심심하더라구요.
그 이상의 뭔가가 있을듯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요.
네 예고편은 거의 보여주는게 없다고 해도 과연이 아닙니다. 공효진도 잘 했지만 다른 신인배우들도 굉장히 잘 했어요. 공효진 원맨쇼 영화라고 생각하시면 아니되어요. ^^
그쵸. 빛의 속도로 예매를 하지 않으면, 웬만한 영화는 이미 다 매진이죠. 그래도 계획도 없이 급히 가셨는데 네 편 건지신 것도 대단하세요. 미쓰 홍당무는 얼굴 빨개지는 거 말고는 별 얘기가 없던데... 말씀 들으니 의외로 재밌을 거 같아요.
정확히는 세 편 반 건졌습니다. ㅎㅎ 프레스 카드가 있으니 예매 문제는 해결되었다고 생각했지만 그걸로도 볼 수 없는 영화들이 많아서 아쉬움에 마음고생하게 되는 건 마찬가지더라고요. <미쓰 홍당무>에서 안면홍조증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분의 1 정도 밖에 안됩니다. 공식 포스터가 영화의 분위기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괜히 안타까운 마음마저 들고 있어요. ㅠ.ㅠ
시간이 나면 언젠가 PIFF 꼭 가고 싶어요 ㅜ_ㅜ 부럽습니다!
그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말고 꼭 붙잡으시길 바라겠습니다. ^^
저도 미스홍당무 요거 보고싶네요~~^^
부산영화제~~에서 3편 보셨음 어느정도 성공적인거 같은데요.~
만 이틀 머물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그런 와중에 영화 네 편 봤으면 나름 알뜰하게 시간을 쓴 것 같습니다. 몸은 좀 힘들었지만요. ^^
TV에서 우연히 미스 홍당무에 대해 소개하는걸 봤는데 잠깐 봤는데도 쫌 웃기더라구요.ㅋㅋ
근데 신어지님도 영화 볼 때 졸기도 하시는군요~ ㅋㅋ
평상시 같았으면 '나를 졸게한 영화는 유죄!'라고 했을텐데 이날은 너무 피곤해서 도저히 깨어있기가 힘든 상태였다고나. ^^;
<미쓰 홍당무>는 보는 동안 입은 웃으면서 마음은 슬픈 영화였어요.
개인적으로는 참 좋았는데, 대중들은 이 아이러니 가득한 영화에 어떤 반응을 보일 지 사뭇 기대가 됩니다ㅋㅋ
저는 복잡한 생각없이 때로는 옆사람 팔을 마구 치면서까지 신나게 웃기만 했습니다. 코미디이면서도 어떤 깊이를 드러내려다가 다수 관객들과 멀어져버리는 것 보다는 그냥 가볍게 잊을 수 있는 영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미쓰 홍당무>는 그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좀 더 대중적인 느낌으로 마무리된 작품이란 생각이 듭니다.
덕분에 홍당무 하나 건지고 갑니다. 감사^^
지난 목요일에 개봉했을텐데 재미있게 보셨나 모르겠습니다. ^^
어제 홍당무 봤어요. 전 ㅋㅋㅋ 그럭저럭 좋았는데요..제 친구는..황당하는 반응.
이거 확실히 좀 매니악? 하다고 해야하나..이거 될려나 몰라요.
관객들의 반응이 어떨지 저는 정말 감을 못잡겠던데요..전 왜 처음..이유리가..
고깃집 앞으로 서의 의견을 전달해주러 온 씬에서...저기 양선생님하는데...
"왜욧!" 그 대답에서 뿜었..더라는...게다가 중학생으로 등장한 서우의 능청연기도 볼만했어요.
하지만 영화홍보를..이런식으로 하면 좀 곤란하다는 생각이; 이 얘기를 단순 코미디처럼;;
남이보면 이거 로맨틱코미디로 오해할 수 있겠는데요..전혀 그런 스토리 아니잖아요;;
ㅋㅋ 아주 대중적인 취향의 영화는 아니라고 봐야겠죠. 저도 영화 홍보와 실제 작품 간에 괴리가 좀 있어서 그게 오히려 영화 흥행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우려가 됩니다. 메인 포스터에 공효진의 모습이 너무 얌전해요. 헤드카피도 기왕이면 "커져라! 커져라! 커져라!"로 했으면 훨씬 좋았을터인데.
<미쓰 홍당무>를 일찍 보시고 오셨군요. ^^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아주 만족스럽고 재미있었다는 반응 아니면, 이게 뭐하자는 건가 하는 반응인 것 같아요. 저도 재미있게 볼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후자의 관객이였고요. 코미디 장르라서 - 박찬욱 감독 색깔이 반영된 영화이기는 하지만 - 애시당초 별 다른 기대 같은 것은 하지 않았는데, 기획한 코드와는 여러가지로 맞지 않다보니 실망을 한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크게 웃으면서(옆 사람 팔을 때려가면서까지) 영화를 보면서도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더군요. <다크 나이트> 같은 영화도 '나는 이런 배트맨을 원하지 않았다'는 관객들이 있었던 걸 생각하면 <미쓰 홍당무>가 별로였다는 반응은 차라리 자연스러운 편에 속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
힌드미스 재미있는 영화였어요. 전 행운적으로 gv영화라서.... ^^ 감독님 이야기 듣고 좋았어요.
헛 <힌드미스>를 보신 분을 만나게 되다니, 반갑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