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음악 영화는 실존 음악인들의 삶을 다룬 전기 영화이든 아니면 완전한 픽션이든지 간에 좋은 음악과 드라마의 감동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그러나 이 두 가지 요소를 골고루 겸비한 뛰어난 작품은 그리 많지가 않습니다. 얼마 전에 개봉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샤인 어 라이트>(2008)와 같이 롤링 스톤즈의 공연 실황이나 다름없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토드 헤인즈 감독의 <아임 낫 데어>(2006)는 밥 딜런의 생애와 음악을 소재로 하되 특정한 주제 의식을 부각시키는 데에 집중하고 있는, 그리하여 음악 보다는 드라마의 비중이 좀 더 크게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 기억으로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는 음악 보다는 드라마에 좀 더 치중한 작품이었는데요, 한국 음악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최호 감독의 신작 <고고 70>은 역시나 음악의 비중이 훨씬 크게 느껴지더군요. 그렇다고 온통 연주하는 장면들만으로 가득한 작품도 아니면서 음악의 비중이 크게 느껴진다는 것은 기대했던 것 보다 상대적으로 드라마의 요소가 그리 크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아니면 <고고 70>에서 강조하고 있는 드라마가 관객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했기 때문이거나요.
<고고 70>은 두 가지를 축으로 움직이는 영화입니다. 70년대 유신정권의 풍경을 묘사하는 일과 그런 와중에 음악으로 풀어냈던 젊음의 열기를 담아내고자 했던 작품이지요. 상규(조승우)를 비롯한 여러 등장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이들 각각의 사연은 그리 자세하게 다뤄지지 않는 편입니다. 때문에 인물 중심의 섬세한 드라마의 결을 기대했다면 아무래도 부족함을 느낄 수 밖에 없겠습니다. 그보다는 이들이 당시의 젊은 음악인으로서 겪어야 했던 일들을 촘촘하게 재연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는 작품이 <고고 70>이라 하겠습니다. 기지촌에서 미군들을 위해 연주를 하던 이들이 의기투합하여 서울로 상경했다고 해서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더군요. 음악 영화로서의 박진감을 우선시했다면 좀 더 경쾌한 분위기로 끌고 나갈 수 있었을텐데 <고고 70>은 영화적 쾌감 보다는 사실성을 좀 더 우선시하면서 다소 늘어지는 느낌을 줍니다. 우여곡절 끝에 자신들의 음악을 펼쳐보일 수 있는 무대를 확보했지만 그렇다고 데블스가 추구했던 음악이 대중들에 즉각적으로 받아들여졌던 것도 아니더군요. 데블스와 당시의 젊은 관객들이 어떻게 '닐바나'의 경지까지 이르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짚어나가는 통에 영화는 중간중간 가다 서다 하기를 반복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신나게 '질러버리는' 모습을 기대했지만 원했던 만큼 신나게 지를 수만도 없었던 이유들이 너무 많았다고나 할까요.
70년대의 풍경을 이처럼 촘촘하게 묘사하는 것을 앞세우면서 자연스럽게 <고고 70>은 음악 영화로서의 흥겨움이 생각했던 것 보다 그리 크게 전달되지는 않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가 아니지만 다큐멘터리에 최대한 근접하려고 했던 작품, 픽션으로서의 흥겨움을 억누른 채 사실에 대한 고증을 더욱 앞세우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까요. 그래서인지 일반적인 드라마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고고 70>의 주요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연기는 시시때때로 어색할 뿐만 아니라 일관된 감정의 흐름을 전달해주지 못하는 수준에 머물고 맙니다. 그러나 드라마로서의 연기에 대한 불만이 이내 훌륭한 연주 장면들에서의 연기로 충분히 상쇄되고 있다는 점은 매우 다행한 부분입니다. 조승우를 비롯한 데블스 멤버들의 음악과 연주 실력이 매우 뛰어날 뿐만 아니라 이들과 함께 하는 신민아의 비주얼은 그 자체로 충분히 스펙타클하다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중간에 거친 컬러 화면으로 데블스의 공연 장면을 역동적으로 담아낸 씨퀀스가 있는데 아마도 한국영화 역사상 가장 뛰어난 음악 영화의 한 장면으로 추앙받을 만한 좋은 결과물을 얻어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고고 70>의 핵심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끝까지 노래하고 춤을 추었노라'가 되겠지요. <고고 70>이 다른 음악 영화들과 다른 점은 바로 유신 정권 하에서도 무릎을 꿇지 않고 끝까지 젊은 날의 열정을 불태웠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 공연 장면 만큼은 확실히 픽션일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정말로 그런 일이 있었다면 그건 픽션이나 다름 없었던 현실이라고 해야겠지요) 그런 식의 전개에 굳이 반대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바로 이 장면에서 영화 관격으로서 등장 인물들과 함께 '닐바다'에 들어가느냐 아니면 여전히 지켜보는 입장에 머물고 마느냐가 <고고 70>에 대한 관람 만족도를 크게 가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밴드로서의 성공 이후에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멤버들 간의 반목과 해체의 과정을 묘사하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고 그 이상의 지점에 도달하는 데블스와 관중들의 모습을 통해 <고고 70>은 한 편이 성공적인 음악 영화로서 뿐만 아니라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와 감동을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장면에서 충분히 감동하지 못하는 경우라면 <고고 70>은 드라마 보다 음악이 강조된 작품으로 남을 수 밖에 없습니다. <고고 70>의 연주 장면들은 그야말로 발군이니까요. 배우들의 연주와 춤 실력이 좋아서 그런 것만이 아니라 공연 장면들을 담아낸 역동적인 카메라의 힘들 경험해보는 것만으로도 <고고 70>은 일견의 가치가 충분한 작품입니다.
'review 2007 ~ 2009'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컨트롤 (Control, 2007) (14) | 2008/10/21 |
|---|---|
| 모던보이 (Modern Boy, 2008) (6) | 2008/10/11 |
| 고고 70 (2008) (14) | 2008/10/11 |
| [PIFF 2008] 부산에서 본 영화 몇 편 (22) | 2008/10/09 |
| 헬보이 2 : 골든 아미 (Hellboy 2 : The Golden Army, 2008) (34) | 2008/09/27 |
| 텐텐 (転々, 2007) (10) | 2008/09/24 |
-
[고고70] 억압 속에도 불타올랐던 청춘의 낭만이여
FROM DAYDREAM NATION 2008/10/11 17:37 삭제고고70 최호 감독, 2008년 박제되지 않은 70년대를 그려내다 70년대는 대한민국 현대사에 있어 유례가 없는 억압의 시기였다. 그 시대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경제성장은 사실 많은 이들의 엄청난 희생의 대가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억압적인 사회분위기와 달리 대중문화에서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것은 예술의 경지에 이르렀던 당시 영미권의 대중문화가 유입된 탓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폭력적인 권력으로 억압된 감정을 대중문화를 통해 분출하고..
-
고고70 - 유신헌법과 고고댄스, 그리고 딴따라
FROM 페니웨이™의 In This Film 2008/10/11 21:49 삭제“이 밤이 너무 조용해. 좀 시끄러웠으면 좋겠어” [긴급조치 19호]라는 영화를 기억하는가? (리뷰바로가기)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계엄령을 선포해 전국의 가수들을 잡아들인다는 내용의 이 영화는 한국영화사상 궁극의 괴작에 손꼽히는 작품으로서 당대의 수많은 인기 가수들이 총출연했음에도 그 황당한 설정 덕택에 대실패를 기록한 작품이다. 그런데 만약 이런 황당한 사건이 실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발생했던 일이라면 믿겠는가? 1969년에 시작한 미국의 우..
-
고고70(2008) - ★★★
FROM 제 3의 공간 2008/10/13 09:08 삭제이 영화의 줄거리는 그다지 특별할게 없다. 음악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이 모여 밴드를 결성 하지만, 세상은 그들의 음악을 알아주지 않고 결국 끼니를 걱정해야 될 만큼 궁핍한 생활을 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클럽 무대에 데뷔를 하게 되고, 그때부터 서서히 이름을 알리던 그들은 전성기를 맞게 된다. 그렇게 유명해지자 밴드 맴버들은 조금씩 와해되면서 해체 위기까지 맞게 되지만, 그들은 결국 다시 하나가 된다...는 식의 궂이 이 영화가 아니더라도 어딘가에서 들어..
-
고고70, 우리가 누구!? SOUL BROTHERS !!
FROM hyugy.tistory.com 2008/10/24 19:35 삭제난 원래 극장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영화는 좋아하지만. 주로 잔잔한 느낌의 영화 - Favorite Moive : 8월의 크리스마스. 안 어울린다고? 흥 - 를 좋아하는데다 사람이 많아서 북적이는 것도 싫고, 남들과 함께 영화를 보면 더 재미있기 보다는 내 스스로의 감정 이입에 방해 받는 부분이 더 많고, 정해진 시간에 맞춰 예매를 하고 기다렸다가, 우루루 쏟아져 내려와야 하는 극장에서의 영화 관람은 내게는 장점 보단 단점이 더 많은 일임에 틀림..
-
최호 | 고고70 (2008)
FROM Cinema Blues 2008/10/25 13:11 삭제70년대 고고음악, 혹은 70년대로 고고씽~ 영화 <고고70>은 유신헌법이 막 발표된 72년 말에서 시작한다. 최신 '양키 음악'을 가장 발빠르게 접할 수 있었던 미군부대 근처, 혹은 기지촌 동네에서 밴드를 하던 대구의 일군의 젊은이들이 '데블즈'라는 소울밴드를 결성하고 서울의 밤을 휘젓게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금 눈으로 보기에는) 촌스러운 복장과 헤어스타일을 하고 70년대를 마냥 낭만적으로, 혹은 마냥 희화화해서 향수하고 있지만은...












저도 영화관가서 보고 왔는데, 처음에 지겨운듯 지겨운듯 하다가 나중에는 저도모르게 빠져들어 재미있게 봤다고 생각됩니다.
언뜻 유치한듯 하면서도, 충분한 몰입감을 주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디까지나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었습니다 ㅎㅎ
연출 의도에 따라 영화 초반부터 박진감 넘치는 연주 장면을 보여줄 수도 있었을텐데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닐바나에서의 공연과 재공연 장면을 남겨두다 보니 초반이 다소 늘어지는 감이 있더군요. 연기가 약간씩 어색했던 부분들은 오히려 70년대의 느낌을 살리는데 일조했다고 볼 수도 있을 듯 하고요. ㅋ
저도 드라마가 아쉽긴 했습니다만, 공연장면이 너무 좋아서 그런 아쉬움도 금방 잊게 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차승우를 좋아해서 공연장면에 너무 몰입하기도 했고요ㅋㅋ (정말이지 의자에 가만 앉아있기가 너무 힘들더군요;)
말씀하시던 차승우의 간지도 매우 훌륭했어요. 저는 신민아가 이 영화를 통해 비욘세급의 출중함(?)을 과시한 것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ㅎㅎ
저도 신민아를 보면서 비욘세를 떠올리긴 했어요. 평소 그런 이미지로 안봤는데, 꽤 잘어울려서 놀랐다고 해야하나.ㅎㅎ 조승우야 워낙 노래를 잘하는 배우인걸 알고 있었고, 전 차승우의 연기가 꽤 인상깊더군요. 공연장면들도 정말 좋았구요.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준 건 역시 신민아와 차승우인 것 같습니다. 특히 신민아는 항상 어정쩡한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에 배우로서 확실한 뭔가를 보여준 계기를 잡은 것 같네요. ^^
글 잘읽었습니다. (' ')/ ㅎㅎ 친구와 재미있게 본 영화입니다. 극적인 요소 보다는 7,80년대 시대상황이나, 밴드의 현실적인 문제에 입각해서 이야기를 끌어간 터라, 처음 기대했던 바와는 달라 조금 놀랐습니다. (드라마 보다는 다큐멘터리에 가까웠어요. ;ㅁ;) 하지만, 감독이 말하고자 했던 점을 실화를 바탕으로 적절한 영화적 요소와 함께 충분히 전달 하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평소 좋아하던 장르의 음악에 마음껏 취해서 영화를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좋았습니다. ㅎㅎ
네 저도 기대했던 드라마 보다 다큐에 가까운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 약간 의외였어요. 그때 그 시절 이야기만으로도 드라마틱하다고 느끼느냐 아니냐가 관건인 것 같아 보였습니다. 음악 장르가 취향에 맞으셨다니 더 없이 반가운 작품이셨겠습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잘 안되는 거 같더라구요.
조승우로도 부족했던 거 같은..저도 전에도 말한 거 같은데; 이 영화가 안땡겨요.
음악과 드라마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내지는 못했지만 일견의 가치는 충분한 작품이기는 해요. 조승우로도 부족했던 것은 신민아의 비욘세 신공이 채워준다는. ㅎㅇㅎㅇ
전혀 관심없었던 영화인데 차승우 출연했다는 소식에 바로 보고와버렸습니다.
기대 안하고 갔었는데 의외로 볼 만 하더군요. 70년대를 잘 모르기에 픽션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어디까지가 실화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다큐에 가까운 구성이 정말 좋았습니다.
또 한가지 아주 마음에 드는게 있다면 오프닝 장면 이었습니다.
진득한 드라마의 결을 기대했던 분들은 조금 아쉬워하시는 것 같고 연어라면님처럼 다큐에 가까운 구성이 더 마음에 드셨던 분들도 계시는군요. 오프닝 장면은 70년대 자료 화면으로 편집한(그 중에 일부는 흑백으로 찍어서 옛날 필름처럼 보이게 한 것도 있었던 것 같지만요) 그걸 말씀하시는 듯 하네요. 화면도 화면이지만 그 폰트가 참 옛스럽더군요. ㅎㅎ 댓글 감사합니다. ^^
혹시 이 영화에 대한 드렁큰타이거의 타이거jk씨의 아버님 서병후씨가 쓰신 글을 읽어 보셨나요?
못읽어봤습니다. 서병후씨가 최호 감독의 취재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다는 대목을 잡지 기사에서 읽은 것 같기는 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