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툴바


샤인 어 라이트
감독 마틴 스콜세지 (2008 / 영국, 미국)
출연 믹 재거, 키스 리차즈, 찰리 와츠, 론 우드
상세보기

★★★☆☆


배우들이 대사를 해야 할 부분에서 노래하고 춤을 추는 영화 장르를 '뮤지컬 영화'라 한다면 뮤지컬 영화를 포함하여 음악적인 요소가 아주 많거나 아예 작품의 중심이 되는 영화들은 좀 더 넓은 의미에서 모두 '음악 영화'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음악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전기물이나 픽션이 아무래도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될테고요 그외에도 드라마가 매우 강하면서 음악을 두드러지게 사용한 작품들도 있겠습니다. 음악이 중심이 되면서도 '음악 영화'라고 부르기 곤란한 영상물은 대표적으로 뮤직비디오와 콘서트 실황이 있습니다. 특히 콘서트 실황은 좋아하는 가수나 밴드의 라이브 공연을 찾아가기 힘든 여건에서 단비와 같은 매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럼에도 줄거리가 없이 공연 장면을 그대로 담아놓은 영상물이기 때문에 '음악 영화'라고 부르지는 않고 있습니다.




<샤인 어 라이트>는 음악 영화(특히 다큐멘터리)와 콘서트 실황의 경계선에 있는 작품입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영화로 분류되기 보다는 밴드의 공연 자체가 중심이 되는 콘서트 실황에 좀 더 가깝습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직접 등장하여 일종의 메이킹 필름이 도입부를 장식하고 중간중간에 롤링 스톤즈 멤버들의 옛날 인터뷰 장면들이 삽입되며, 마지막 장면 또한 뉴욕과 롤링 스톤즈에 대한 감독의 무한한 애정 표현으로 마무리되고 있긴 하지만 <샤인 어 라이트>의 주제와 내용은 결국 1962년에 결성되어 무려 45년이라는 긴 세월에 동안,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현역 밴드로서 음악 활동을 계속 해오고 있는 롤링 스톤즈 그 자체입니다. 사적 다큐멘터리로서의 성격이 약간 반영되어 있긴 하지만 작품의 본론으로 들어가보면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역할은 결국 롤링 스톤즈가 스스로 연출해내는 순간들을 기록하고 편집하는 일이 전부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니 <샤인 어 라이트>는 음악 영화이기는 하되 콘서트 실황에 좀 더 가까운 작품입니다.

물론 <샤인 어 라이트>를 롤링 스톤즈의, 롤링 스톤즈에 의한, 롤링 스톤즈를 위한 영화로 만든 것부터가 다름아닌 마틴 스콜세지의 연출 의도라고 할 수 있겠지요. 다른 음악 영화나 다큐멘터리와 달리 거의 반 세기가 가까워오는 세월 동안 활동해온 이 '살아있는 역사'의 연주 실황을 담는 것만으로도 이미 훌륭한 드라마가 되기 때문입니다. 영화 속에 담긴 10 여 곡 가운데 초창기 발라드 넘버인 As Tears Go By를 연주하는 장면은 60대 중반의 나이에 칠면조 같은 얼굴을 하고 노래를 하는 믹 재거의 얼굴을 정적인 클로즈업으로 잡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정서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러나 <샤인 어 라이트>에서 롤링 스톤즈는 As Tears Go By의 연주 이후에도 더 많은 곡들을, 전성기에 못지 않은 놀라운 열정을 담아 연주합니다. 중간에 삽입된 TV 인터뷰 장면들은 그들의 데뷔 초기부터 "언제까지 연주할 수 있을 것 같으냐"는 질문을 끊임없이 해대고 심지어는 "60대가 되더라도 지금처럼 연주할 수 있겠느냐"고까지 묻지만 이들은 그때 "당연하지"라고 장담했던 그 말을 지금 우리들의 두 눈으로 볼 수 있게 해주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 <샤인 어 라이트>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존 레논의 정치 평전이라 할 수 있는 <존 레논 컨피덴셜>(2007)에서는 CIA가 "롤링 스톤즈는 멍청해서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언급이 나옵니다. 롤링 스톤즈가 당시 정치적인 상황에 대해 무신경하고 기껏해야 마약 스캔들이나 일으키고 다니는 하류였다는 식의 뉘앙스지요. 자신의 반체제적 성향과 예술가로서의 자질을 결합시키며 정치적 이상을 실현시키고자 했던 존 레논과 달리 롤링 스톤즈는 확실히 자신들의 음악 활동과 여자들에게만 관심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 하지만 무대 위를 종횡무진하면서 밴드의 리더로서 뛰어난 사업가적 자질마저 엿볼 수 있게 하는 믹 재거와 <캐러비안의 해적>의 잭 스패로우를 연상시키는 키스 리처드의 4차원적인 이미지가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공존할 수 있었던 것은 다름아닌 그들의 단순함과 열정이라는 공통 분모 덕분이 아니었겠냐는 생각도 해봅니다. 젊은 시절에 잠깐 재미를 보고 이후로 활동이 흐지부지했던 밴드였다면 그저 오랫동안 살아남았다는 것만으로 어떤 메시지를 줄 수는 없는 일이겠죠. 여전히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공과 그것을 통한 물질적인 여건이 전제가 되고 있긴 합니다만 그 열정이 오랜 시간에 동안에도 변함이 없는 지속적인 것임을 보여줄 수 있다면 그들도 제 나름의 숭고함을 획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샤인 어 라이트>에 담긴 롤링 스톤즈의 모습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posting sponsored by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Posted by 신어지 Trackback 4 : Comment 17

트랙백 주소 : http://differenttastes.tistory.com/trackback/1036 관련글 쓰기

  1. 삭제

    Subject: [샤인 어 라이트] 단돈 7천원으로 만나는 전설적인 록 밴드의 라이브

    2008/09/02 02:52 tracked from DAYDREAM NATION

    샤인 어 라이트 (Shine A Light) 마틴 스콜세지 감독, 2008년 여전히 젊고 섹시한 롤링 스톤즈 얼마 전 TV에서 본 광고가 생각난다. 정년퇴직을 한 나이 지긋하신 어른들이 록 밴드를 만들어 공연을 하는 장면이 담긴 광고였다. 광고의 목적이 결국엔 소비자의 이뤄질 수 없는 욕망을 자극하여 소비를 이끌어내는 것에 있음을 생각하면, 나이가 들어서 록 밴드를 한다는 것도 어쩌면 우리에겐 현실 속에서 불가능한 것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 불..

  2. 삭제

    Subject: 샤인 어 라이트 _ 멈추지 않고 구르는 빛나는 돌들!

    2008/09/04 12:14 tracked from the Real Folk Blues

    샤인 어 라이트 (Shine A Light, 2007) 멈추지 않고 구르는 빛나는 돌들! 롤링 스톤스 (The Rolling Stones). 그들의 이름이 록 씬에서 전설로 추앙받고 있고, 그들의 가치나 몇몇 유명한 곡들은 잘 알고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들이 한참 활동할 때(물론 그들은 지금도 한참 활동중입니다!) 의 세대가 아니기 때문에 그들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한 번 마음먹고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 미처 아직까지 그럴 기회를 잡지 못했던..

  3. 삭제

    Subject: Shine A Light, 구르는 돌엔 이끼가 끼지 않는다.

    2008/09/06 04:26 tracked from 소년의 눈, 소녀의 귀

    그날은 방송사 서류 전형 발표가 있는 날이었다. 공부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나이가 취직 적령기를 넘어서고 있었기에 많이 불안했다. 아주 많이. 소문에 의하면 40%정도만 통과한다고 했다. 두달 전 있었던 다른 방송사 시험에서 낙방했었기에 불안감은 더 컸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기 전에 생각하고 또 생각했으며, 제출하기 전에 읽고 또 읽으며 가다듬었지만, 막상 발표날이 되니 다리는 120BPM의 속도로 후들거리고 있었다. 그래서 영화를 봐야...

  4. 삭제

    Subject: 샤인 어 라이트 (마틴 스콜세지 , 2008)

    2008/10/02 23:50 tracked from BlueWeiv

    이 영화는 간단하게 말하자면 마틴 스콜세지의 롤링 스톤즈에 대한 공연실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들의 다큐라고 보기에는 그들의 연대기에 대한 내용이 너무나 적다. - 공연 실황이라고 보면 더 속 편할 거 같다.롤링에 대해서 관심있으신 분은 보시고 아니면 그냥 지루해할 수도 있다. 내가 이들의 노래를 처음 접한 것은 추억의 시리즈물 바로 미국의 베트남 전 TV 시리즈물인 머나먼 정글이 되겠다. 그 드라마에서 배경음악으로 나오던 노래가 바로 롤링 스톤즈의..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웬리 2008/08/31 20:33

    호오..롤링스톤즈 전기영화 로군요. 급땡기는데요 :)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8/08/31 23:33

      전기영화가 아니라 콘서트 실황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음악 이상의 묵직함이 전달되더군요. ^^

  2.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까스뗄로 2008/08/31 21:00

    어우, 45년 동안의 공연 장면과 인터뷰만 봐도 뭉클할 거 같아요. 뭔가 심오한 걸 내세우기보다는 반항적임, 생각 없음으로 쭉 밀고왔지만요. 그것만으로 이렇게 오래 살아남았다는 자체로 대단해 보여요. (푸훗, 키스 리처드의 스타일은... 지금 생각하면요. 몇십 년 앞서갔던 선구자였나 싶어요.)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8/08/31 23:38

      비콘 씨어터에서의 공연이 계속 되는 중간에 옛날 TV 인터뷰 장면이 짤막짤막하게 삽입되는 식이예요. 믹 재거 나이를 계산해보니 65살이더군요. 공연하는 중에 특유의 몸동작으로 뛰어다니는 거 보면 정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키스 리처드는 외모만 보면 펑크락 쪽에 더 가까운 인물인데 말이죠. ㅋ

  3.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koolkat 2008/08/31 21:25

    저같은 롤링빠에게는 별 5억개짜리 영화랍니다.^^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8/08/31 23:38

      더군다나 키스 리처드가 노래를 2곡이나 부르더군요.
      koolkat님껜 정말 최고의 선물이 되겠네요. ^^

  4.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jez 2008/09/01 22:47

    오옷, 봤습니다. 그들을 잘 모르는 저도 푹 빠져서 보게될 정도였어요!
    더 큰 스크린이 아쉬워질 정도였지만, 개봉을 해준 것이 어디냐! 라는 생각이 들어서
    굉장히 만족스러웠다는 ^^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8/09/02 01:07

      저도 비틀즈 보다 더 모르는 롤링 스톤즈였지만 말년이 되어서야 드디어 조금이나마 알게된 느낌이네요. 밥 딜런 다큐멘터리였던 <노 디렉션 홈>은 보는 순간 극장 상영용이 아니로구나 싶었는데 이 영화는 확실히 극장용이더군요. 콘서트 현장에 있는 것 만큼은 아니었겠지만 충분히 대리만족할 수 있었어요. ^^

  5.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인생의별 2008/09/02 02:54

    너무 좋았어요! 롤링 스톤즈는 공연을 못 봐도 아쉽지는 않을 것 같더라고요ㅋㅋㅋ 물론 직접 보고 싶은 맘은 변함 없지만 말이죠. 그리고 다큐멘터리가 아닌 공연실황으로 영화의 방향을 결정한 마틴 스콜세지의 선택도 탁월했어요. 마지막 공연 끝나고 무대 뒤로 카메라 이동하면서 마티 스콜세지가 살짝 나올 땐 살짝 반가운 웃음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미국에선 아이맥스로 개봉한 것 같던데 아쉬워요ㅠ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8/09/02 08:10

      그러게요. 애초에 아이맥스 포맷으로 촬영된 것 같은데 막상 국내에서는 일반 상영관 몇 군데에서만 상영을 하는군요. 사실 롤링 스톤즈라는 밴드도 그렇고 이런 음악영화가 국내에서 그다지 대중적인 편은 아니란 생각도 들고요. 어쨌거나 참 볼만한 작품이었어요. 롤링 스톤즈와 같은 음악은 역시 청취용이라기 보다는 현장에서 같이 흔드는 맛이 있어야 제대로라능. ㅋ

  6.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Evelina 2008/09/02 13:25

    영화를 볼때, 의자가 아니라 공연장처럼 스탠딩으로 보면 안될까요? 왠지 이영화는 그래야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데... (그래도 전 다리힘이 없으니, 뒤쪽에 얌전히 앉아서...;;)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8/09/02 16:13

      <록키 호러 픽쳐쇼>를 상영하는 뉴욕의 영화관에서는 그렇게 관람하기도 할 것 같기도 하네요. ㅋ 콘서트 실황을 느긋하게 앉아서 관람하려니 흥이 잘 안나긴 해요.

  7.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필그레이 2008/09/02 13:55

    이 영화는 이상하게 별로 관심이 가지 않는...ㅜㅠ 마틴 스콜세지도 별로 안좋아하는데다 롤링스톤즈도 그닥 잘 모르는데다 관심도 안가고뭐...암튼 리뷰만 읽고 영화는 패쓰하기로...^^;;;;;

  8.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아쉬타카 2008/09/04 12:15

    아, 너무 좋았어요! 롤링 스톤스에 대해서 잘 알고는 있었지만, 아주 잘 아는 편은 아니었는데,
    그래도 2시간 넘는 공연 실황만으로도 너무 멋지더군요. 극장에서 조용히 관람해야 하는게 너무 고문일 정도로요 ^^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8/09/04 12:32

      지나온 역사를 아는 것 보다 제대로 된 공연 한번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는 편이 맞는 일일테죠. 연세가 정확히 어떻게들 되시는지 바로 확인해보고 싶을 만큼 열정적인 공연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서만 지켜보려니 갈수록 지루해지는 감이 없지 않더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