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나이트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2008 / 미국)
출연 크리스찬 베일, 히스 레저, 아론 에크하트, 게리 올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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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 다섯 개가 만점이면 다섯 개, 일곱 개면 일곱 개, 열 개라면 열 개 전부를 탁탁 털어서 내줄 수 밖에 없는 영화로군요. 어림잡아 5년에 한 편 정도 나올까 말까 한, 거의 완벽한 수준의 영화라고 해야겠습니다. 이미 2주 전부터 일반 시사회가 시작되어 여기저기에서 영화 참 대단하다는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에 저로서는 소위 발견의 기쁨과 이 기쁜 소식 세상 널리 전하는 즐거움을 찾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소문을 확인하러 가는 일이 전부였던 영화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상찬의 대열에 끼어서 이렇게 한 마디 거들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주십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에이리언>(1979), <블레이드 러너>(1982), <터미네이터 2 : 심판의 날>(1991), <매트릭스>(1999) 등과 같은 역대 최고 걸작들의 반열에 올라 앞으로 오랜 세월에 걸쳐 언급될만한 작품입니다.

<다크 나이트>의 기술적 완성도가 이 시대 최고 수준이라는 사실 앞에 어느 누구도 이견을 달 수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배우들의 연기나 액션 씨퀀스들이 아주 잘 만들어졌다는 정도의 얘기가 아니라 2시간 반이라는 긴 상영 시간에 걸쳐 끊임없이 새로움을 경험케 하는 놀라운 스토리텔링과 연출력 앞에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는다는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다크 나이트>가 다루고 있는 주제들은 또 어떻습니까.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분도 계실 수 있겠습니다만 저로서는 인간 본성의 나약함을 건드리고 그런 와중에서도 희망의 빛을 던져주는 이 영화에 완전히 반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찌보면 크리스찬 베일의 다른 출연작 <3:10 투 유마>(2007)에서 다뤄진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 좀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영웅 만들기라는 주제 의식의 기시감이 있긴 했습니다만 그런 주제가 좀 반복이 된들 어떻습니까. <다크 나이트>는 단순한 수퍼히어로 영화나 범죄 액션 영화의 선을 훌쩍 뛰어넘어 사회적 윤리라는 주제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는 영화입니다.

(스포일러와 자의적 해석이 있습니다)



고담 시티가 절망적인 이유는 그 세계 전체가 썩었기 때문입니다. 수퍼히어로 영화에서 다들 순진무구한 시민들인데 일부 악당들이 세계를 멸망시키겠노라고 떵떵거리는 모습은 더이상 무섭지가 않습니다. 중간 과정이야 어떻게 되건 결국엔 우리의 영웅께서 악당들을 모두 물리치고 시민들과 이 세상을 구해줄테니까요. 그러나 일반 시민들에게 잠재된 이기적인 본능이나 군중 심리 따위가 발휘되기 시작하면 그 세계는 정말 구제불능의 세상이요 차라리 노아의 홍수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진정한 절망과 서스펜스를 경험하게 됩니다. 좀비 영화가 무서운 것은 눈 앞에 있는 좀비가 주인공들에게 당장의 위협이 되기 때문만이 아니라 차라리 나 자신도 좀비가 되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는 완전히 다른 세계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인식 때문입니다.

<다크 나이트>에서의 고담 시티는 싸이코패스인 동시에 세상을 완전한 카오스로 만들어버리겠다는 새로운 조커(히스 레저)에 의해 큰 혼란에 빠지기도 하지만 사실은 조커의 등장이 있기 이전부터 이미 예비된 소돔과 고모라, 즉 배트맨(크리스찬 베일)과 같은 필요악에 의해서만 가까스로 유지되고 있는 매우 위태로운 세계임을 강조합니다. <다크 나이트>가 강조하고 있는 윤리의 기준은 조커와 같은 악인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내가 하는 오늘의 이기적인 행동이 다른 이에게 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알고 있을 때 그것을 하느냐 안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선택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혼자서는 무서워서 밤 길을 다닐 수가 없는 지경인 것이 아니라 내 가족을 살리기 위해 타인을 죽일 수도 있다는 이기적인 본성, 그것이 바로 고담 시티의 정체성이고 조커가 안내하고자 하는 '자멸하는 세계'로의 통로입니다.



<다크 나이트>는 두 척의 배를 이용한 '사회성 게임'을 통해 인간은 결국 스스로를 구원해낼 수 있다는 희망을 빛을 던져줍니다. 하지만 배트맨과 하비 덴트(애론 에커드), 고든 경감(게리 올드만) 등이 이루고자 했던 더 나은 세상, 배트맨과 같은 검은 영웅이 필요 없는 세상에 대한 희망을 유보시킴으로써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조커에 의해 결국 투 페이스가 되고 마는 하비 덴트 검사는 미래의 희망이요 밝은 세상의 영웅조차도 언제든지 똑같은 범죄자로 전락할 수 있는 나약한 존재임을 보여줍니다. 하비 덴트를 투 페이스로 만든 인물 가운데에는 고든 경감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 역시 주목할만 하겠고요. 조커를 잡기 위해 동원되는 초음파 탐지 시스템이 현행법에 저촉된다는 이유로 단 한 번의 사용 후 폐기시켜버리는 루스우스 폭스(모건 프리먼)의 거절과 용단 역시 <다크 나이트>가 다루고 있는 사회적 윤리에 관한 질문을 다시 한번 강조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다크 나이트>의 배트맨이 부시 대통령을 상징하고 있다는 식의 해석이 있더군요. 부시 대통령은 외부로부터의 위협을 막고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때로는 위법적인 행위도 불사하는 검은 영웅일까요? 그가 이 시대의 필요악이라고 생각하는 미국인들도 물론 있긴 하겠군요.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 부시 대통령은 조커와 같은 절대악의 대변자로 인식될 수도 있겠지요. 부시가 배트맨이냐 조커냐, 둘 다 일수도 있고 별 상관없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보다 조커와 같은 존재에게 쉽게 휘둘리고 가족 이기주의의 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고담 시티의 시민들에게 주목하게 됩니다. 출신을 알 수 없고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마다 횡설수설하는 조커는 바로 고담 시티가 낳았고 기른 아들입니다. 고담 시티가 뽑은 대통령이고 교육감은 아니지만 그런 선택을 가능하게 한 요정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다크 나이트>의 고담 시티가 남의 모습 같지만은 않게 느껴졌던 게 설마 저 혼자 뿐인 건 아니겠죠.


파란나라 국민 여러분, 그리고 서울 시민 여러분. 참 자알 하셨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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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어지 Trackback 32 : Comment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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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어린쥐 2008.08.08 18:28 신고

    허접한 제 글 트랙백 걸어놓고 갑니다..

    젠장...저 디비디 까지 사야 할까봐요...ㅋ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8.08.09 14:45 신고

      저도 트랙백 보내드리겠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시리즈도 DVD 소장 가치가 매우 높은 아이템이 될 것 같은데요, 한 편 정도 더 나오는 걸 기다렸다가 트릴로지 박스 세트를 노려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

  3.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에코♡ 2008.08.09 01:03 신고

    정말 잊을수 없는 한마디 ㅋㅋ Why So Serious?

  4. addr | edit/del | reply 행자 2008.08.09 08:18 신고

    벌써 두번 봤는데 첫번째 볼때 놓친 곡선이라던가 확실히 더 보이더라구요 진짜 감독이 치밀하게 연출한 흔적이 괜히 메멘토같은 작품을 만든가 아니라는 생각.....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8.08.09 16:07 신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메멘토>에서부터 굵은 떡잎을 보여줬었죠. <프레스티지>도 볼만 하더군요. <다크 나이트>는 내용을 이미 다 알고 보더라도 여전히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

  5.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재준씨 2008.08.09 10:05 신고

    신어지님이 만점을 주신 영화라...페니웨이님도 극찬에 극찬을 하는 것을 보니 이번 다크나이트의 포스가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 가히 짐작이 되네요. 생각같아선 냉큼 극장으로 달려가고 싶지만 이넘의 딸린 식구들 때문에...쿨럭
    DVD가 출시되면 그때나 봐야할 것 같습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 addr | edit/del BlogIcon 페니웨이™ 2008.08.09 14:22 신고

      이 영화를 '고작' DVD로 때우신다면 평생을 후회하실듯...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8.08.09 17:58 신고

      페니웨이님 말씀은 J준님을 두번 죽이시는 거라능... ㅠ.ㅠ

      기왕이면 DVD 보다는 좋은 시설의 상영관에서 보는 편이 아무래도
      낫겠고요, 그러나 아이맥스에 비하면 일반 상영관도 캠코더 버전
      수준이라고 어느 분이 그러시더군요. ㅋ

  6.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poppa 2008.08.09 21:44 신고

    이렇게 완벽에 가까운 영화가 또 뭐가 있었는지 언뜻 생각이 나질 않네요^^

    보고나서 또 봐야겠다는 생각을 들게하는 아주 대단한 영화였습니다~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8.08.09 23:04 신고

      그래서 저도 곰곰히 생각해낸 것들이 맨 위에 적은 작품들입니다. 처음 포스팅하고 뭔가 허전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매트릭스>를 빼먹을 수 없지! 해서 추가해넣었습니다. SF 액션이 아닌 다른 장르에도 좋은 작품들은 많지만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건 좀 어려운 일 같아요.

      네 저도 한번 더 봐야지 하고 있습니다. ^^

  7.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tmrw 2008.08.10 00:03 신고

    아 최고!
    ㅋㅋ

  8.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아쉬타카 2008.08.10 00:50 신고

    전 이제 제일 좋아하는 감독을 얘기할때 크리스토퍼 놀란을 빼야 할까봐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감독이 되어버렸으니 원 ㅎㅎㅎ

    볼 영화가 넘치고 써야할 글도 넘치는 요즘에도, 같은 영화를 몇번씩이나 보게 하고, 또 보게 하고,
    또 글을 쓰고 싶어지게 만드는 <다크 나이트>만의 매력이란...완전히 영화에 압도당한 이 느낌이란.... 몇시간 후에 또 느끼겠군요 ^^; 1박2일로 잠시 휴가를 다녀왔는데, 가서도 온통 <다크 나이트>생각 뿐이었다는 ^^;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8.08.10 01:05 신고

      <메멘토> 시절만 해도 참 아껴주고 싶은 감독이었는데 말이죠. ㅋㅋ
      말씀하신 그런 기분 잘 이해합니다. <매트릭스>를 봤을 때 제가 그랬던 것 같아요.
      <다크 나이트>도 그럴 만한 작품이지만 전 이제 아쉬타카님께 양보하는 걸로. ㅎㅎ

  9.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까스뗄로 2008.08.10 09:56 신고

    그러고보니... 저도 소문을 확인하러 간 셈이었네요. 그리고 과연 소문은 뻥이 아니라 사실이었고요. 더 바랄 것도 없이 훌륭했어요. 팀 버튼의 비현실적인 고담도 좋았지만, 현실적인 고담도 후덜덜하더군요. (이걸 현실적이라고 말하게 되는 게 씁쓸하긴 하지만요. 그리고 고담엔 브루스 웨인이라도 있죠. 여긴 뭐...) 막 전도(...)라도 하고픈 심정인데, 의외로 관심 없는 사람도 많더군요. ~맨 영화라면 덮어놓고 유치한 줄 아는 사람도 많고요. (뻘뻘뻘...)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8.08.10 10:36 신고

      소문 확인 차 극장을 간 것에 불과했지만 영화가 워낙 좋으니 그걸로도 충분하죠. 꼭 이번 <다크 나이트>가 아니었더라도 고담시는 배트맨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였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당장에라도 멸망할 수 밖에 없는 소돔과 고모라에서 자경주의를 펼치는 것이 배트맨인데 그간 부각되지 못했던 시민들의 존재가 잘 드러난 것이 <다크 나이트>의 성과라고 생각해요. 사실 그간의 맨 영화들이 다 거기서 거기였죠. ㅎㅎ <풍푸 팬더>에서 시민들이 전부 가축 3종 세트였던 것에 비하면, 그리고 <우주 전쟁>에서 내 가족을 살리기 위해 타인을 죽여도 좋다 라는 식의 관점에 비하면 <다크 나이트>는 훨씬 성숙된 관점을 보여주어서 좋았습니다.

  10.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차이와결여 2008.08.10 12:06 신고

    이러 저러한 평들이 많기는 하지만,
    저는 "Why So Serious?"이 말이 많이 남더군요. 사실 영화 속의 등장인물들 거의 모두가 심각한 얼굴을 하거나, 점잖은 척하려고 하고, 다들 뭔가 신념을 가지고 일하고 있는 듯 보이는 데 반해 조커만 유일하게 가벼워 보이는 인물이라서요.. 혹시 경직된 사회, 권위주의적 사회, 상상력이 부족한 사회.. 그런것에 대한 경종 아닌가.. 카오스는 또다른 창조의 힘이기도 하니까요.. ^^ 하여간 요근래에 본 영화들 중 "완벽"이란 단어에 가장 근접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8.08.10 12:58 신고

      그런 조커 앞에서 아무도 웃음 지을 생각을 못하니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겠죠. 저는 Why So Serious?라는 카피를 처음 접했을 때에는 우리가 진지해야 할 이유에 대해 묻는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누구에게나 필요 이상으로 심각해지는 부분이라는 것이 있잖아요. 생각해보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나도 모르게 심각해져버리곤 하는 그것. 막상 영화를 보니 제가 기대했던 질문은 아니고 단지 상대방이 공포에 떠는 모습을 즐기기 위해 던지는 멘트 같았어요.

      차이와결여님은 조커의 존재에서 긍정적인 면을 발견해주셨네요. 카오스는 또 다른 창조의 힘이라는 것을 꼰대들은 잘 모르시죠. 알면서도 모른 척 하는 것일 수도 있겠고요. 통제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불안감이랄까요. ^^

  11.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PhiloMedia 2008.08.11 17:13 신고

    이렇게되면 무조건 봐야하는 영화가 되는 거군요.ㅎㅎ

  12.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아르도르 2008.08.11 17:37 신고

    다른분들이 워낙 좋은말씀을 많이해주셔서
    저는 한다디로 '최고'라는 말만....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8.08.11 18:24 신고

      딱 한 단어로 표현하라면 '최고'가 되겠죠.
      트랙백 보내드렸습니다. ^^

  13.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빈상자 2008.08.12 20:55 신고

    다크나이트를 보면서 느낀 것은 아마도 나란 인간은 고담시의 시민들이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보다도 상당히 비관적인 인간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배안에서 사람들이 버튼을 누리지 않는 것이 참 의외더라구요
    서로 먼저 누르겠다고 싸울 줄 알았는데...

    이 영화를 보고 미국이나 특히 한국 사회와 비교하시는 분들이 많던데
    다만 다크나이트에선 1%에 속하는 부자인 브루스 웨인과 경찰 청장(청장이 될 고든),
    그리고 검찰이 나서서 세상을 구원하겠다고 하는 반면
    울 나라에선 정확히 이 부류들이 오히려 세상을 뒤집고 있는 시국이라...참 슬픕니다

    고담시는 우리에 비하면 상당히 희망적인 거죠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8.08.13 00:51 신고

      저도 배 안에서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 살짝 놀랐었어요. 서로 먼저 누르겠다고 싸우다가 해치기도 하고, 그러다 결국 버튼을 눌렀는데 터진 것은 자기 배였더라... 뭐 이럴 줄 알았는데 그런 결과를 보여주니 의외였죠. 처음에는 대중영화로서 납득할 수 있는 결과라고만 생각하다가, 잠깐, 과연 수 백 개의 스위치가 있어서 투표 결과가 즉각 반영되도록 조건이 주어졌었더라면(그리하여 누가 누르는지 서로 알 수 없게 되어 있었더라면) 그래도 상대방 배의 폭파를 망설였을까, 이런 쪽으로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고든 청장의 여형사처럼 남들이 모르면 악행을 하지만 자기를 빤히 바라보는 수많은 눈들이 있는 앞에서는 차마 대량 학살을 저지르거나 하지는 못한다는 당연한 결과가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다크 나이트>의 인간관과 세계관이 처음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다크하다는 걸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영화가 그런게 아니라 제가 그런 걸까요? ^^;

      2MB를 대통령으로 뽑은 사람들은 그가 한국의 배트맨과 같은 역할을 해주리라 기대하지 않았을까요? 알고보니 조커인 것은 아니었냐능. 아무튼 배트맨이나 조커가 있기 전에 고담 시민들이 먼저 있는 거겠죠.

  14.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양연 2008.08.14 17:37 신고

    필요악이라. 아직 배트맨이 필요악이란 생각은 안해봤어요. 영화 중에 조커가 그랬다는(저는 정확히 기억이 안나지만), 영화에서의 대사가 나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수준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던져주고 좋은 영화라면 해석의 여지를 많이 두죠. 아무튼 배트맨이 필요악이라는 생각은 안해보았어요. 차라리 조커가 필요악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어떠한 단면을 보는 것에 따라 다르겠지만, 영화 자체에서 배트맨에게 필요한 필요악이라는 생각이.

    여기 저기 글을 보고 있는데요.. 어마어마하게 많은 리뷰들이...흠.. 이제 1000개의 포스팅에 달하시겠어요? 미리 축하드려요^^ 음 읽을 것이 너무 많아요^^;;; 자주 놀러올께요^^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8.08.14 23:43 신고

      말씀처럼 <다크 나이트>는 보는 관점에 따라 실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주는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배트맨을 미국으로 해석하는 관점도 있고 악마에게 시험 당하는 예수로 보는 관점도 있습니다. 배트맨은 물론 선을 위해서 싸우는 인물이긴 하지만 그 자신도 위법 행위를 한다는 점에서 필요악이라는 표현을 사용해봤습니다. '악'이라는 관점에서만 본다면 물론 조커가 한 수 위겠지만요.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절반 정도는 다른 블로그에 오랫동안 써놓았던 글을 한꺼번에 옮겨온 것이라 그리 자랑할 거리는 못되네요. 앞으로 자주 뵙겠습니다. ^^

  15.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루이스피구 2008.08.14 20:22 신고

    영화에 대한 부분은 많은 분들께서 언급해 주셨으니 조금 다른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자면..

    두척의 배를 통한 사회성 게임은 시작부터가 조커가 이길수 밖에 없는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배는 터지지 않았지만 기폭장치는 조커 역시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죠
    반대로 자신의 기폭장치를 가지고 있었는데 터뜨렸음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ㅜㅜ

    본성과 양심을 떠나서 그 모든 상황을 통제하는 거 자체가 너무 무서웠습니다
    일종의 전지전능한 신을 보는 듯했어요. 마치 놀란이 조커를 통해 연기를 하는 느낌..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8.08.14 23:47 신고

      네 저도 그 생각을 해봤습니다. 배에 탄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했건 간에 배트맨이 없었고 그때 조커를 막지 못했다면 결국 모두 죽을 수 밖에 없는 게임이 아니었냐는 거죠. 하지만 <다크 나이트>는 관객 만족을 위해 연출된 영화이기에. ㅋㅋ

      배트맨도 없이 조커만 등장했다면 조커는 그야말로 대재앙이죠. 인간의 힘이나 선한 의도로도 어찌해볼 길이 없는 절대적인 신의 뜻이 그거라면 다 죽는 도리 밖에 없지 않겠어요. 하지만 <다크 나이트>에서 조커의 설정은 조커가 만들어내는 상황에 반응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조커의 기원에 대해서는 굳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었겠죠. ^^

  16.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krzys 2008.08.16 09:47 신고

    어제 보고 왔는데 정말 좋더군요. 주제로만 따지자면 (물론 [다크 나이트]의 것이 상당히 원론적인 이야기라서 비교하긴 좀 그렇지만) 저는 [시계태엽 오렌지] 바로 옆에 두고 싶군요. 제가 이해한 이 영화의 주제는 이래요, 선과 악의 이분은 불가능하다. 실제 삶에서 선과 악의 이분은 불가능하지요. 단지 우리는 우리의 이해(利害)를 위해 그렇게 나누고 나누어 왔지만요. 그리고 영화는 그 사실을 대단히 효과적으로 증명해 냈어요. 단 한가지, 이 영화가 그냥 소품이었다면 좀 더 어두워질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기 때문에 좀 아쉽군요. 지금으로서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히어로는 결국 세상을 구한다," 라는 명제가 깨졌더라면 조금은 더 현실적으로 보였을 것 같거든요. (그리고 영화의 주제인 카오스, 선과 악의 이분 불가능, 불확실성 등이 더욱 잘 살아났을 겁니다.)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8.08.16 10:48 신고

      <대부>나 <시계태엽 오렌지>와 같은 역사적인 걸작들과 비교되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작품이죠. 제 생각에도 SF나 수퍼히어로물들과 비교만 하고 끝날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말씀대로 대중적인 고려를 완전히 무시할 수 있었다면 정말 더 엄청난 영화가 나왔을런지도 모르겠어요. 예를 들어 사회성 테스트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다 죽고 그리하여 레이첼의 죽음 앞에서도 참았던 배트맨이 드디어 폭주, 조커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다 이루었도다"라는 말을 남기며 죽는다던가... 하지만 이러면 또 너무 B급 정서가 되어버리는 것 같기도 하고요. 오락성과 메시지를 적절하게 안배하고 있는 지금의 <다크 나이트>도 충분히 훌륭한 작품이긴 합니다. ^^

  17.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bluenlive 2008.08.16 10:11 신고

    별 5개 만점이면 10개, 별 10개 만점이면 20개의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감동만이... ㅠ.ㅠ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8.08.16 10:50 신고

      저도 실은 ★★★★★ + ★★ 이런 식으로 할까도 생각했었답니다.
      기존의 만점 스케일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줘버리는 영화예요. ^^

  18.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Heritz 2008.09.02 23:00 신고

    이 영화는 역시 아이맥스에서 보는게 최고라는^^

  19.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comodo 2008.09.09 03:48 신고

    이 영화를 놓칠까봐 얼마나 조마조마 했는지......
    미친듯이 별을 퍼부어도 아깝지가 않을 그럴 영화군요, 트랙백 남겨요:)

  20.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제노모프 2008.09.21 22:43 신고

    볼 때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봤는데요. 기대가 너무 컸던걸까요. 훌륭한 영화라는 데엔 이견이 없고 재밌게 본것도 사실이지만 최상위의 극찬의 말이 떠오르지는 않아요. 관객들 사이에서 약간 과열된 분위기도 있는것 같기도 하구요. 제 글에도 있지만 저는 무엇보다 조커를 묘사하는 방식에서 몰입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너무 완벽한 건 <다크 나이트>라기보다는 '조커'였거든요. 말씀해주신 '자연재해'라는 단어와, 제가 생각한 '신'이라는 표현도 그다지 틀리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물론 감독의 연출의 의도가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속편이 기대되는 것은 물론이고 <배트맨 비긴즈>에 이은 멋진 영화임에는 분명합니다.
    (제 맘속의 놀란의 최고작은 여전히 <메멘토>에요. 처음 볼 때 그 충격과 두번 볼 때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퍼즐조각이란!)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8.09.22 08:42 신고

      놀란 형제가 각본을 쓸 때 조커의 과거를 밝히지 않음으로써 완벽한 존재로 보이도록 했다는 걸 보면 배트맨과 조커의 대결 구도 보다는 조커라는 '상황'에 다른 인물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중점을 두고자 했던게 맞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누가 보아도 의도했던 것들은 잘 전달이 되었던 완성도 높은 영화라는 점은 틀림이 없다고 생각하고요, 그랬던 덕에 관객 각자의 '순수한 취향의 차이'만을 남겨두는 참 흔치 않은 경우가 되었어요. 저도 <메멘토>를 통해 처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을 알게 되었습니다. 배트맨 시리즈의 다음 작품에는 가이 피어스 좀 캐스팅해주면 고마울텐데요. ㅎㅎ

  21.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okto 2009.01.01 15:12 신고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상승만 하다가 끝나는 어이없는 영화였습니다. 사실 액션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았음에도 오죽하면 두시간 내내 액션만 펼쳐진듯 온몸의 힘을 다 빼놓더군요. 말이 필요없는 작품이었던 만큼 의견도 분분한가 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addr | edit/del BlogIcon 신어지 2009.01.01 16:26 신고

      저도 이 영화 보고 집에 돌아와서 진이 쭉 빠진 듯했던 기억이 나네요. 하지만 워낙 고충실의 2시간이었기에 제게는 나름대로 행복한 경험이었습니다. <다크 나이트>에 관한 가장 인상적인 코멘트는 "내가 보고 싶었던 배트맨은 이런게 아니여~"였네요. ㅎㅎ

      댓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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